생활경제 유통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대기업 불공정거래 차단"vs."소송 남발"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9 17:41

수정 2017.11.19 17:41

"유통3법 위반행위 고발, 시민단체·협력업체·소비자 등 누구나"
찬성 "대기업 불공정거래 차단 기대" vs. 반대 "소송 남발 우려"
유통업체 간 갑을 문제 심각.. 약자 피해방지 우선 돼야
"소송 남용 방지 위한 안전장치 마련돼 있어"
고발 남용… 경영 애로 발생
"대기업 갑을 횡포 막기위한 전속고발권 폐지 실질 피해 중소.중견기업이 입게 될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 "대기업 불공정거래 차단"vs."소송 남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속고발권이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전속고발권은 기업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대기업의 갑질문화나 불공정거래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단체 등은 이번 제도폐지 추진으로 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자율적인 규제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유통업계는 제도폐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묻지마 소송'이나 악의적인 고발이 우려된다며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갑질문화 차단 기대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법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가맹법, 유통법, 대리점법 등 이른바 유통 3법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을 포함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 관련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막무가내 고발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1981년 도입됐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앞으로는 유통3법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을 시민단체, 협력업체, 소비자 등 국민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를 거치지 않아도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할 수 있으니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폐지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발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아 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에 따라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은 모두 8만467건이었는데 고발은 814건으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유통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은 유통업체 간 갑을 문제가 심각하고 상대적으로 형사처벌 조항이 많지 않아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TF에서 다뤄질 6개 의제를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내년 1월 국회에 제출해 법안심사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소송 남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실제로 소송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연대 경제정책팀 권오인 팀장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소송 남발 우려에 대해서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서 소송 남발 우려도 적고 단계적 시행인 만큼 큰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면서 "소송 남발보다 재벌들로 인한 약자의 피해 방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묻지마 소송에 브랜드 추락 우려

유통업계에서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고발이 남발되고 조사를 수시로 받게 돼 경영상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묻지마 소송'이 부담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의 갑을횡포를 막기 위해 유통3법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중소기업이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신고의 84%는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발을 남발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무분야가 약한 중소.중견기업은 검찰 수사 등 법적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공정기업'이나 '갑질기업'으로 낙인까지 찍히게 된다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옥시나 한샘 불매운동에서 보듯 불공정기업이나 갑질기업, 혹은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낙인 찍힐 경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향후 소송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이 되더라도 그동안 기업이 입게 되는 피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우 의무휴업 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해소 등에 '오너갑질'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대기업군이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소송이 난무하면 영세한 프랜차이즈가맹본부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자정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와중에 전속고발제 폐지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라면서 "대기업은 그나마 전담 법무팀이라도 있지만, 대부분 20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 다수인 프랜차이즈가맹본부는 줄소송으로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이환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