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네수엘라 석유수출 급감 파장… 국제유가 오르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19 17:59

수정 2017.11.19 17:59

각종 데이터가 위기 나타내 세계 석유생산량 급감 작용
미.중.인도 3國 수요 부족분 중동으로 몰려 가격 오를듯
베네수엘라 석유수출 급감 파장… 국제유가 오르나

중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채무위기가 국제 석유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CNBC가 17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 회원국이자 석유 확인매장량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를 기록하는 주요 산유국이다.

그러나 잇단 실정에 따른 경제악화와 미국, 유럽 등의 제재, 이에따른 채무위기가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통상 산유국 채무위기는 석유시장에 상충되는 영향을 미친다. 자금난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중장기 석유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석유 밀어내기 수출이 뒤따르면서 유가를 끌어내리는 두 가지 엇갈린 힘이 작용한다.

그렇지만 베네수엘라 채무위기는 석유수출을 크게 제한하는 일방향으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베네수엘라 석유의 특성에서 비롯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석유 대부분은 유황 함량이 다른 석유에 비해 크게 높다. 일반 정유시설에서 정제하기에 힘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메이저인 베네수엘라 석유공사(PDVSA)는 유황 함량이 낮은 해외 석유를 수입해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섞어 유황함량을 낮춘 뒤 수출한다. 역설적이게도 석유를 수출하려면 해외에서 석유를 들여와야 하는 구조다.

석유를 수입할 돈이 없으면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역시 줄어들게 된다.

최근 통계에서는 석유수출을 위한 '희석용 석유'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상품선적 데이터 제공업체인 클리퍼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만배럴 수준이던 베네수엘라의 '희석제' 수입이 최근 수개월간 약 4만배럴로 60% 급감했다.

특히 클리퍼데이터 집계로는 PDVSA의 석유 희석 시설이 있는 카리브해의 쿠라카오 섬의 희석제 수입은 9월 이후 단 한 건도 없다.

클리퍼데이터의 상품리서치 부문 책임자 맷 스미스는 "이는 베네수엘라가 희석용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거대한 경고신호"라면서 "수입이 마른다는 것은 수출 역시 마르게 될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 항복선언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제재조처로 인해 은행들이 PDVSA 수입업체들에 신용장(L/C)을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정유사들은 주문을 취소하거나 PDVSA가 선적한 석유품질이 기준에 못미친다며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PDVSA는 또 항만비를 제때 내지 못해 일부 항만에서 석유를 싣거나 부리는 것이 막힌 상태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급감은 세계 석유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IHS마킷 석유애널리스트인 대니얼 여진 부회장은 PDVSA가 자금난과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유능한 기술자들을 잃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돼 석유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시장에 충격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는 베네수엘라 석유 주요 수출국이 미국, 중국, 인도라는 점이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인도에서 차관을 얻는 대신 이를 석유로 되갚는 방식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리포는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이 급감하면 미.중.인 3개국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으로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OPEC과 비 OPEC 산유국들이 베네수엘라의 희생을 발판으로 이득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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