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어려운 과학을 재미있는 연극으로"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5:33

수정 2017.11.20 15:33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자들 무대에 직접 올라
숭실대학교 전자공학부 박사과정 정현승 씨
숭실대학교 전자공학부 박사과정 정현승 씨
"누구나 과학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젊은 과학자들이 모였습니다. 공연 준비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이 과학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해주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끼죠."
20일 만난 숭실대학교 전자공학부 박사과정의 정현승 씨( 사진)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과학커뮤니케이터는 대중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있다. 현재 40명 정도가 활동 중인데 대부분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 학부생들이다.

정 씨는 성인대상의 정기 과학 공연인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에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소극장 공연문화에 익숙한 성인들이 과학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 공연은 연극 형식으로 꾸며져 더욱 주목 받았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것 같은 과학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과학과 관련한 내용의 연극을 하는 것이다.

정 씨는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밀실에 갖혔는데, 그림 속에 숨은 과학의 원리 등 문제를 풀어 탈출한다는 내용"이라며 "실제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와 연극배우들이 참여해 수준 높은 공연을 펼쳤다"고 말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대부분 '페임랩 코리아' 출신이다. 페임랩 코리아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 별도의 시각물 없이 과학적인 주제를 3분 이내에 쉽게 설명하는 경연대회다.

정 씨는 "페임랩 코리아라는 대회 자체가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리있게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자들 중에서 소위 '끼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출전한다"며 "대회 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제안으로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게 됐는데 비슷한 또래들이 주로 참여하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나이트 라이브' 공연에는 보통 200~300명의 관객들이 참여한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는 "전문 배우들이 아니다 보니 무대 위에서 대사를 잊어먹는 경우도 있고, 과학 공연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화학물질을 섞어 색이 변하는 실험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막상 색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전문 공연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도 알고, 열린 마음으로 찾아 주시기 때문에 크게 당혹스러운 경우는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정 씨는 내년에도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과학문화의 확산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제 막 만들어 가는 단계"라며 "과학커뮤니케이터들 중에는 재미있고 다양한 과학 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정 씨에 따르면 과학커뮤니케이터 중 2명은 '사이언스웩'이라는 팀명으로 실제 힙합앨범을 내기도 했다. 이들이 발표한 '널 향한 주기율표'라는 곡은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기호들의 특징을 익숙한 힙합음악에 접목했다. "He(헬륨) 마시고 하늘위로 다같이 jump jump /N(질소) 포장 빵빵 /Ne(네온) 사인 블링블링" 등의 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들은 이달 중 신곡을 발표할 계획이다. 레이디제인과 함께 하는 과학 팟캐스트 '레이디제인의 과장창'도 있다.


정 씨는 "실제로는 과학이 재미있는데 너무 학문의 영역으로만 강조돼 재미없게 받아 들여지는 측면이 있다"며 "쿡방을 통해 요리가 문화로 확산된 것처럼 과학도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과학커뮤니케이터 모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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