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환란 20년 … 혁신성장으로 돌파구 뚫어야

지령 5000호 이벤트

금리·환율·유가 동반 강세.. 규제 풀고 노동시장 바꿔야

20년 전 오늘(1997년 11월 21일)은 우리나라가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이다. 한국은 고통스러운 긴축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53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를 극복했다. 3년8개월 만의 IMF 조기졸업(구제금융 전액 상환)은 당시에는 유례가 드문 모범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위기가 너무 빨리 극복되는 바람에 경제체질의 근원적인 개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성장 고착화와 청년실업 등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올 들어 우리 경제는 성장률 3%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불황 국면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올해부터 가용 노동력의 총량이 줄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노동의 생산성은 여전히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선.철강.전자 등 우리 주력 산업이 빠르게 쇠락해 가는데 이를 대체할 신산업을 발굴.육성하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각종 복지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경제에는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3고(高)'가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대두하고 있다. 신3고는 금리와 유가, 원화값이 동반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금리다. 한국은행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서 당장 고금리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러나 금리를 올린다는 측면에서는 14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위험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1순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음을 유의해야 한다.

환율도 심상치 않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올 들어(1월 3일~11월 17일) 9.64%나 올랐다. 일본 엔화(5.04%)와 중국 위안화(5.10%)보다 상승 폭이 크다. 원화값 상승은 내수 확대와 국민복지 증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급격하게 오르면 수출기업 도산 등의 부작용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올초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이미 60달러를 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경제의 활력 회복을 위해 혁신성장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신3고는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다. 그러나 우리가 잘 대처하면 오히려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