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포항 지진,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나

여진 공포에 추위까지 닥쳐.. 이번에는 땜질 처방 없어야

정부는 20일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포항지진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내린 결정이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 이후 닷새 만에 본격적인 이재민 구호대책이 나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2000명에 가까운 이재민들이 허술한 대피시설에서 추위와 불안에 떨고 있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이 일어났는데도 국민이 각자도생하기를 바란다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부터 확립할 때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지진 대응 역량에 합격점을 주긴 어렵다. 정확한 피해실태를 파악해 이를 부처별로 공유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안 보여서다. 내진설계가 안 돼 기둥이 붕괴된 흥해초교가 행정안전부에 사전에 등록된 지진대피소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 바람에 포항교육지원청은 이날 뒷북 치듯 학교를 폐쇄했다. 교육부가 포항지역 수능 고사장 중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고 등 4개 고사장을 남구지역으로 옮기기로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이재민들도,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도 여지껏 지속되고 있는 여진보다 불가측적인 미래가 더 불안한 것이다. 특히 이미 체육관에 수용된 주민들이 집단생활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고 때 이른 추위까지 엄습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이재민 가구별 피해실태부터 정확히 집계해 맞춤형 이주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파손된 가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피해주민의 손에 맡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선 곤란하다. 이주민 가구가 쓸 임시 거처로 LH 국민임대주택 중 여유분을 활용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번에 우리 사회의 지진 대응 시스템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학교 중 200여 곳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니 말이다. 건축주를 포함한 민간도, 정부도 내진설계 기준에서부터 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기본에 충실할 때다.
더욱이 진앙에 가까운 일부 지역에 액상화가 진행됐다는 가설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표면 위 건물이 일시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상태"라는 추론까지 나올 정도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땜질 복구를 넘어 국가적 지진 대응 체계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