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라진 외교부 감사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7:17

수정 2017.11.20 17:17

[기자수첩] 사라진 외교부 감사관

기자들에게 거짓으로 브리핑을 해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가도록 한 감사관을 외교부가 감싸고 있어 논란이다.

외교부 A국장이 지난 9월 기자들과의 사석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외교부 감사관실은 한 달여의 감사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A국장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감사관은 기자단과의 백브리핑(익명 보도를 전제로 관계자가 중요사안을 설명하는 일)에서 A국장의 발언에 성차별적 의도는 없었다고 하면서도 향후 승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견책.감봉 수준의 징계를 의결했다.

'잘못은 없지만 책임은 묻겠다'는 당시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은 징계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감사관은 '여자는 열등' 발언 이외의 발언들은 징계이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원칙적으로 '대외비'라는 감사보고서를 직접 확인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감사관의 브리핑에 의존해 기사를 냈다.

하지만 불과 열흘 후인 지난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잘못이 구체화되지 않았는데도 A국장을 경징계한 이유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보도된 것과 다른 내용도 나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혀 감사관의 말을 뒤집었다.
다른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지만 감사보고서는 유출됐고, 결국 A국장이 했다는 위안부 할머니 폄훼 발언이 징계이유가 된 것으로 보도됐다. 결국 다른 이유는 없다던 감사관이 기자들에게 거짓 브리핑을 했고, 기자들은 사실과 다른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석연찮은 것은 감사관이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배경이다. 징계를 할 것이라면 올바른 이유를 밝혔거나 아니면 징계를 하지 않았어야 논리적으로 맞다.

더 큰 문제는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요청에 감사관이 숨어버렸다는 것이다. 감사관 '측'은 일방적으로 "감사관의 설명은 충분했다. 질문이 있거나 추가로 확인을 원한다면 대변인실에 요구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변인실은 감사관의 브리핑 과정에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분명히 아니다"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검토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겐 '내부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여러번 관련내용에 대해 설명해온 감사관이 유독 이번에만 직접 설명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숨는 건 더 큰 오해를 키운다.
오해가 있으면 바로잡고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맞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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