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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여건 무르익었는데.. 한은, 저물가가 눈에 밟히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7:34

수정 2017.11.20 17:34

경제지표는 인상에 무게.. 근원 물가 낮아 딜레마
금리인상 여건 무르익었는데.. 한은, 저물가가 눈에 밟히네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물가 상황이 금리인상 속도를 제약할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우리 경제상황이나 가계부채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달 한은의 금리인상 분위기는 짙다. 다만 금리인상의 주요 요건인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30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정해진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아시아 주요국 정책금리 전망(2017년 11월)' 자료에서도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9개 중 6곳(바클레이스, 씨티, 골드만삭스, HSBC, JP모간, 스탠다드차타드)이 11월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17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는 국내총생산(GDP) 갭률이라는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점쳐진다.

한은이 이달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 GDP갭률이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GDP갭은 잠재 GDP와 실질 GDP의 차이다. 경기가 얼마나 과열 또는 침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GDP갭률이 플러스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GDP갭률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왔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감안할 경우 GDP갭은 0에 근사한 상태로 판단된다"며 "수요 측면에서 마이너스 GDP갭률이 점차 해소되고, 고용시장 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명목임금의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다. 미국은 내년 최소 두 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한은이 이에 동참할 수 있을지 여부다. 최근 경기가 좋아도 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 안팎이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의 경우 1.5% 수준으로 저물가다. 더구나 근원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1.8%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내려 지난 9월에는 1.6%, 지난달에는 1.3%까지 하락했다. 경기개선세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금리 추가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기본요소가 경기와 물가다.
현재 근원물가 상승 속도가 낮고 물가상승 압력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 물가가 결국 기준금리 상승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11월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 빠르게 올리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내년 저물가 상황이 지속돼도 미국 금리인상을 고려해 우리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저물가가 지속되는 것은 통화적 요인보다는 낮은 수입물가나 낮은 임금상승률 등 실물요인에 있다"며 "저금리 유지가 저물가를 개선하기보다는 금융.실업 불안 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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