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진-신흥국 증시 엇박자 오래 못갈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0 17:47

수정 2017.11.20 22:11

브루킹스 연구소 보고서, 저성장 선진국 증시 급등.. 고성장 신흥국 증시 부진
10년간 거꾸로 움직였지만 시장 흐름 급격히 바뀌면 금융시장 큰 충격 올수도
"선진-신흥국 증시 엇박자 오래 못갈 것"

선진국과 신흥시장간 경제성장률-증시 수익률 불일치가 결국엔 급격한 조정을 통한 일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브루킹스 연구소가 전망했다. '신흥시장 저평가'가 결국엔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 때가 되면 시장은 대규모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됐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 연구위원과 카림 포다 부연구위원은 분석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과 증시수익률간 역의 상관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거꾸로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 오른 반면 인도는 89%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 증시 상승률은 인도 증시 상승률을 10%포인트 넘게 웃도는 75%를 기록했다.

중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역설은 더 두드러진다. 중국 경제는 같은 기간 1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주가는 35% 하락했다.

일본과 러시아를 비교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의 경우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6.5%로 저조했지만 일본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증시흐름은 크게 엇갈려 일본 증시가 46% 상승한 반면 러시아 증시는 50% 하락했다.

주요 7개국(G7)과 신흥시장 전체를 비교대상으로 삼아도 결과는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시장은 지난 10년간 연율 6.6%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졌다. 그러나 이 기간 신흥시장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연율 기준 0.6% 오르는데 그쳤다. 연율 6.6% 경제성장률과 대조적이다.

통상 신흥시장의 경우 청년층 인구가 많아 경제성장률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저 선진국을 따라하기만 해도 성장률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소비 모두 둔화를 겪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가능한 흐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주가 수익률간 모순된 흐름은 몇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률 둔화로 투자자들이 실망했을 수 있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를 겪었다. 반면 선진국들은 중앙은행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장에 돈을 뿌리며 경기를 끌어올렸고 이때문에 지난 10년간 성장률과 증시 흐름이 엇갈렸을 수 있다.

신흥시장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한 몫한다.

RBC 글로벌자산운용의 에릭 러셀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가지를 지목했다.

우선 신흥시장 정부는 대개 간섭하기를 좋아하고, 기업들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 증시 상장 기업들 상당수가 전세계를 주무르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신흥시장 성장률 과실을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신흥시장 경제가 성장하면 선진국 증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 역시 따라 오르고, 이 때문에 선진국 증시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프라사드는 그러나 이같은 흐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심지어 오랜 기간 증시와 경제 펀더멘털간 단절 흐름이 이어질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증시가 실제 경제성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IMF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신흥시장 경제는 44% 성장하는 반면 선진국 경제는 성장률이 20%에 못미치고, 결국 2022년에는 신흥시장 경제가 G7을 규모면에서 압도하게 된다.


프라사드는 "지속불가능한 것은 결국 끝을 보게 마련"이라면서 "문제는 금융시장에서는 조정이 완만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급속히, 그리고 혼란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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