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버리는 대신…다양한 '길' 만들어주세요

3.동물유기 범죄입니다 (4)반려동물 유기 방지제도 현실성 높여야
하나마나한 처벌로는 유기 못 막아… 동물등록제 강화하고 '사육포기 동물 인수제' 등 고려도

동물반려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불법 유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소유물에서 생명체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처벌 강화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다.

20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동물 학대 및 유기 행위 처벌기준을 높이고 동물생산업을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동물의 생명권 강화'를 전제로 한 이 법이 시행되면 반려동물 공장의 비인간적 운영을 비롯, 여러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질적인 불법 유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9만마리 버려지는데 벌금은 최대 300만원

1년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대략 9만여마리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집계한 결과 최근 5년간 불법 유기된 반려동물은 총 45만여마리. 하루 평균 246마리의 동물이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고 있었다. 특히 버려지는 동물 5마리 중 1마리가 휴가철에 발생하는데, 이는 한때 가족으로 받아들였던 동물을 냉정하게 버리는 인간의 이기심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휴가철인 지난해 7~8월 버려진 반려동물은 총 1만8000여마리로 연간 유기동물의 20%를 차지했다. 지난 5월 황금연휴 당시에도 9일간 2120마리가 유기됐다. 이 수치는 구조된 동물을 기준으로 한 만큼 실제 유기된 동물의 규모는 예상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유기동물들의 수치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기동물 구조.보호를 위해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약 106억원이 소요됐다. 서울시내 유기견 관련 119구조대 출동건수를 보면 2014년 1493건, 2015년 2220건, 지난해 4085건에 이어 올해 4539건(10월까지)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15.2건을 유기견 문제로 출동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유기견들이 집을 떠나 산과 들에서 야생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충북 옥천 한 오골계 농장을 덮친 유기견 2마리가 닭 20여마리를 해치는 장면이 CCTV로 확인됐고, 같은 지역 한우농장에서는 체중이 250㎏에 육박하는 송아지가 유기견 3마리에게 습격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불법 유기가 늘면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반려동물 양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 10명 중 8~9명(86%)이 반려동물 유기.학대에 대해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 내년 3월부터 반려동물 유기 시 소유자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100만원 이하에서 3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새롭게 개정될 동물학대 처벌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동물학대 처벌 기준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페이스북을 즐겨 이용하는 이라면 한번쯤 봤을 듯한 그림이 있다. 종이가 아닌 냅킨에 슥슥 그려진 버려진 반려동물들의 이야기 '두부의 동물화실'(위 그림)이다. 독자 1만여명이 공감한 이 그림들에는 버려진 동물의 서글픈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기, 실험, 학대, 로드킬.... 사람의 눈이 아닌 동물들이 직접 말하는 사연들이라 더욱 가슴 아프다.
■'합법적 반려동물 포기'도 고려해야

그렇다고 처벌만이 능사일까. 법과 제도를 통한 강경책만으로 불법 유기가 해결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적 곤란 등 다양한 개인사정에도 반려동물을 무조건 키워야 한다고 몰아붙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 사람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이유로 장기간 부재나 개인사정, 경제적인 문제를 꼽기도 한다.

이런 이들을 위해 반려동물 포기를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활용되는 '사육포기 동물 인수제'가 그것이다.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는 사람이 일정 비용을 내고 동물보호소에 위탁하면 지자체에서 해당 동물을 관리해 입양처를 연결해준다. 이 제도를 통하면 사육포기를 하는 양육권자가 50% 정도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으로 충당하게 된다.

동물등록제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14년부터 3개월령 이상의 반려동물 소유주는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된 수는 107만마리에 불과하다. 경기 용인시가 전국 최초로 '반려가족등록증'을 12월 1일부터 발급하기로 하는 등 일부 지자체가 '반려동물등록증' 시행에 들어갔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동물등록제를 보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여년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3마리를 키워온 이모씨는 "정말 내 가족같이 생각한다면 상황이 어렵거나 단순히 싫증 났다고 버리는 게 가능하겠나"라며 "법적.제도적 정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