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국민연금 정치화를 우려한다

정치권 눈치보기 도지나.. 독립성 법으로 보장해야

국민연금의 정치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20일 KB금융 임시주총에서 행사한 의결권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박근혜정부 때 큰 곤욕을 치렀다. 전 공단 이사장과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정치 종속화는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가 예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국민연금에 간섭할 것이란 우려는 작년 4월 총선 때부터 나왔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을 임대주택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대선 공약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보육, 임대주택, 요양 분야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채를 발행하는 경우 국민연금의 적극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재인정부는 김성주 전 민주당 의원을 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종래 학자.관료 등 연금 전문가를 이사장에 임명하던 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이다. 김 이사장은 20일 한 투자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와 운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국민연금은 KB금융 주총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현 정부의 친노조 정책에 코드를 맞춘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국민연금은 내부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찬성표를 던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연금이 가진 KB금융 지분은 9.68%로 최대주주다. 하지만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전체 찬성률은 18%를 밑돌았다. 안건은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최대주주답지 않게 독불장군처럼 행동했다. 2년 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찬성률은 70%에 가까웠다. 정치적 논란은 있었으나 적어도 국민연금이 엉뚱한 짓은 하지 않았다.

김성주 이사장은 왜 지금 정치화 논란이 또 나오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시비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곧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동지침을 도입하는 것도 시기상조다. 사실 국민연금 중립성에 가장 진취적 견해를 보인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키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복지부에서 분리하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국회 벽에 막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정치.경제권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은) 우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말만 해선 소용이 없다. 실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