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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최장 지각 조각 … 인사시스템 수술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1 17:01

수정 2017.11.21 17:01

집단사고시 검증 허점 생겨.. 인사풀 넓혀야 협치도 가능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공식 임명했다. 취임 195일 만에 1기 내각이 완성된 것이다. 아울러 새 정부가 중소기업 및 혁신성장을 북돋우려고 만든 중기벤처부도 일단 닻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안도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행여 조각 과정에서 불거진 여권의 인사 난맥이 빌미가 돼 정국 혼돈이 장기화될까 봐서다.

물론 '최장기 지각 조각' 사태 자체가 문제일 순 없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보궐선거를 치른 뒤 대통령직 인수위도 꾸리지 못하는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올챙이 시절'을 잊고 청문대상자들에게 과도한 도덕성 공세를 벌인 측면도 없지 않을 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조각 과정에서 인사 개혁의 전범을 보이긴커녕 구태를 답습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일 듯싶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탈세.위장 전입.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부터 인준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아들 병역면제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 공약은 빛이 바랬다. 안경환 .조대엽.박성진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지만, 강경화 외교.송영무 국방 등 유사한 흠이 있는 후보들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채 줄줄이 임명되면서다. 특히 중학생 딸의 재산 증여 과정에서 편법적 '절세 기술'로 도덕성 논란을 빚은 홍 장관을 임명해 조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인사'라는 꼬리표는 남았다.

이로 인해 자칫 여야의 무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질 판이다. 국정 상설협의체를 통한 협치가 물 건너간다면 국민의 입장에선 불행한 사태 전개다. 그렇다면 칼자루를 쥔 여권이 인사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말이 왜 나오겠나. 전 정권에 '복무'한 인사들을 배제하는 건 그렇다 치자. 각계의 중립적인 전문가 집단 중에 널리 깨끗한 인재를 발굴할 생각은 않고 기왕의 좁은 인재풀에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가 불거지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인사 라인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권 위주로 구성된 인적 구성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끼리끼리' 집단사고에 젖어 인사 추천과 검증에 잇단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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