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기업 "No 야근" 강제퇴근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1 17:03

수정 2017.11.24 07:48

장기간 노동 못이기고 자살.과로사 잇따라 발생
직원 PC 강제 종료 설정해 일과시간 이후 야근 막아
日기업

【 도쿄=전선익 특파원】 일본의 근무 형태가 바뀌고 있다.

과거 개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열혈사원'을 기업들이 되레 꺼리는 상황으로 변했다. 무분별하고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야근을 막기 위해 'PC 강제종료'를 실시하는 기업마저 등장했다.

21일 일본 산업계에 따르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인 오카무라 제작소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노(No)야근의 날'로 정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이 되면 직원들의 컴퓨터(PC)를 강제로 꺼지도록 설정해 놓았다. 잔업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에 소속 팀장에게 신청을 해 원하는 시간까지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카무라 제작소의 신주쿠 지점 영업담당 이노우에 유스케(33)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오후 6시30분까지만 일하게 되니 업무 절차를 퇴근시간에 맞춰 역산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업무중 담배, 커피 등을 즐기던 불필요한 시간도 저절로 줄었다.

이 회사 인사부 세키구치 마사히로 차장은 "퇴근시간 PC 강제 종료를 실시한 이후 수요일에는 야근을 신청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이 20~30% 늘었다"며 "하지만 회사가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안에 효율적으로 일하겠다는 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오후 6시 사내에 영화 '록키' 주제곡을 방송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미츠이 홈 본사는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음악에 맞춰 전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자신의 퇴근 시간을 알리는 문화를 만들었다.

이같이 일본 기업들이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일본의 '과로 사회'에 경종이 울렸기 때문이다.

NHK 여기자가 과로사하는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지난해에는 장시간 노동을 못이긴 광고 대기업 덴츠의 신입사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과로로 인한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열혈사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일본을 만들겠다"고 선포하며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개정된 법안은 초과 근무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 원칙으로 정했다. 일감이 몰리는 기간에는 '월 100시간 미만, 연 720시간 이내'라는 예외 사항을 뒀다.


법안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학스캔들 무마를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는 바람에 아직 계류 중이지만 내년 정기 국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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