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식? 누가 요즘 신발 벗고 앉나요" 식당가에 부는 입식 바람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1 17:23

수정 2017.11.21 22:04

'방석 대신 의자' 식당가에 부는 입식 바람
바닥에 빙 둘러앉는 문화 부하직원은 "익숙하지 않아"
전문가 "개인주의 발전 영향"
"회식? 누가 요즘 신발 벗고 앉나요" 식당가에 부는 입식 바람

1.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모씨(30.여)는 한달 전 방석을 깔고 앉는 좌식에서 입식으로 실내공간을 바꿨다. 신발 벗는 것을 싫어하거나 화장실 등을 편하게 이용하려는 손님들을 위해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입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는 특히 여성 손님은 입식 선호현상이 뚜렷해 다른 음식점도 입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오씨는 "과거에는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좌식 공간이 많았으나 지금은 입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2.대기업 2년차인 김모씨(29)는 회식 장소를 정할 때마다 동료와 상급자 눈치를 본다. 앞서 회식 장소로 삼겹살 전문식당을 예약했다가 동료사원으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양반다리를 해야 하는 온돌방을 동료들이 꺼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젊은 동료들은 의자가 익숙하다. 치마를 입을 때도 있고, 무엇보다 상사의 일장 연설을 들을 때면 다리가 저린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장년층 간부들이 방바닥에 모여 앉아 단합되는 분위기를 선호해 좌식으로 정했는데 젊은 층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주.손님 '입식' 선호도 뚜렷

최근 방석으로 대표되는 '좌식' 형태의 음식점이 '입식'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대가족 문화가 해체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성을 보호하려는 사회현상이 입식 선호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식당가와 한정식 식당이 몰려 있는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는 지난해부터 좌식에서 입식으로 새단장한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의도 식당가는 빠른 식사 제공을 원하는 직장인과 손님의 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업주의 기대가 일치하면서 입식 형태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식당 대부분도 지난해부터 입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오씨는 "여의도 회사원들의 세대가 바뀌면서 나이 드신 분보다 젊은층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층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보다 신발을 벗지 않는 테이블을 선호하기 때문에 입식으로 바꿨다"며 "기존 좌식을 모두 입식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점이 위치한 건물 2층의 경우 올해만 가게의 절반 정도가 입식으로 전환됐다"며 "세대변화에 따른 트렌드인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2)는 "입식으로 바꾸니 순환이 빠르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좌식은 불편하다. 입식은 손님들 신발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손님들 역시 입식 전환을 반긴다. 직장인 하모씨(26.여)는 "요즘 입식 의자도 소파처럼 돼 있는 곳이 많아 편할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은 입식이 많아 익숙하다"면서 "특히 맨발로 구두를 신었을 때는 신발을 벗기 싫어 좌식 형태의 음식점을 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개인주의 발전, 서구식 생활패턴 정착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문화와 개인주의 발전, 핵가족화의 급진전 등이 입식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산업화 시기의 집 구조, 가구원이 많아 작은 상에 둘러앉는 대가족 문화가 좌식 문화에 영향을 끼친 것 같지만 지금은 핵가족화가 되면서 입식이 자리 잡았다"며 "(입식 확산은) 공동체성이 개인주의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택광 대중문화평론가는 "좌식 문화는 한국과 일본뿐으로, 상을 차려놓고 식사하는 가정이 줄고 식탁을 이용하는 서구식 생활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며 "서구식 생활 패턴의 개인주의가 발전하면서 개인의 자유로운 공간 이용이 좌식보다 수월한 입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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