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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히어로]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남긴 '떡밥'과 이후의 이야기들

신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4 10:23

수정 2017.11.24 10:23

[주간 히어로]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남긴 '떡밥'과 이후의 이야기들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아쉬움을 보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후속작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같은 ‘영웅 간 대립’, 인저스티스로 실현될까
저스티스 리그 결성 이후의 이야기는 앞서 공개된 마블 영화들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은 영화 '어벤져스'에서 로키에 대항하기 위해 영웅집단 어벤져스를 조직했습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의견 차이로 인해 결별하죠. 이후 타노스가 지구를 침공하면서 다시 힘을 합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DC코믹스의 영화에서는 어떨까요? 먼저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맨과 악당 렉스 루터가 시종일관 슈퍼맨을 경계하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배트맨은 “슈퍼맨은 지구에 위협이 될 놈이다. 적이 될 가능성이 1%라고 있다면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렉스 루터 역시 “아이들이 열병식에서 꽃을 흔들지 않기 위해”라며 슈퍼맨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를 입수합니다. 아이들이 열병식에서 꽃을 흔드는 건 독재국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죠.

이는 슈퍼맨에 대한 공포를 의미합니다. 그는 지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지만 악심을 품는다면 언제든 인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두려움 말입니다.

슈퍼맨이 독재를 한다는 이야기는 원작만화에서도 종종 다뤄졌습니다. 소련에서 성장한 슈퍼맨이 지구를 공산화한다는 ‘슈퍼맨: 레드 선’이 그렇고, 자신이 직접 범죄를 종식시키기 위해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인저스티스’가 그렇습니다.

연인 로이스 레인의 사망 이후 슈퍼맨은 세계평화를 위해 독재를 선언한다. 배트맨과 여러 영웅들이 그에게 저항하는 내용이 '인저스티스'의 핵심 줄거리다. 마치 소코비아 협정을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립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연인 로이스 레인의 사망 이후 슈퍼맨은 세계평화를 위해 독재를 선언한다. 배트맨과 여러 영웅들이 그에게 저항하는 내용이 '인저스티스'의 핵심 줄거리다. 마치 소코비아 협정을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립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편의 만화는 슈퍼맨의 독재와 배트맨의 저항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암시는 영화 속 배트맨의 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배트맨이 크립토나이트를 획득하기 위해 사막 속 비밀기지를 찾는 장면 말입니다. 이 때 배트맨은 슈퍼맨에게 사로잡힙니다. 슈퍼맨은 “그녀는 내 전부였는데 네가 앗아갔다”며 그를 살해하죠.

뒤이어 장면이 바뀌고, 플래시가 “네 말대로 로이스 레인이 열쇠였다”고 경고합니다.

이렇듯 ‘배트맨 대 슈퍼맨’은 시종일관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을 강조합니다. 중동에서 로이스 레인을 구하려던 슈퍼맨에게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슈퍼맨이 죽기 직전 그녀에게 “당신은 내 모든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이런 암시는 인저스티스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인저스티스는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계략으로 슈퍼맨이 로이스 레인을 살해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충격에 휩싸인 슈퍼맨은 “내가 직접 범죄를 없애겠다”며 독재를 선언합니다. 원더우먼이 그에게 동조하죠. 연인의 사망이 독재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겁니다.

반대로 배트맨과 여러 영웅들이 저항군을 조직, 저항하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굳이 조커가 아니더라도 악당에 의해 로이스 레인이 사망한다면 슈퍼맨의 타락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저스티스 리그가 출범하기 전, 이미 슈퍼맨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실망해 세상을 등진 바 있으니까요.

세계 평화를 위해 공포정치를 실행하는 슈퍼맨, 그의 행동을 독재·폭력으로 규정한 배트맨. 이 모습은 영웅집단 어벤져스를 UN 산하에 두는 ‘소코비아 협정’로 인해 대립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 다크사이드의 지구침공은 기정사실화.. ‘반생명 방정식’이 핵심요소?
저스티스 리그에서 스테픈울프는 지구에 있는 마더박스를 탈취한 뒤 “다크사이드 님을 위해”라고 외칩니다. 이로써 소문만 무성했던 다크사이드의 지구침공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다크사이드는 우주에서 가장 강하다고 거론되는 악당입니다. 마블 코믹스에서의 타노스와 유사하죠. 외관이 비슷할 뿐 아니라 우주정복을 꿈꾸는 점이 닮았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한 힘을 찾고 있다는 것도요.

DC코믹스의 다크사이드(왼쪽)과 마블코믹스의 타노스. 두 악당 모두 우주정복을 위해 특별한 힘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더구나 외모 역시 닮아 있다. 마블 영화에서 타노스가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것처럼, DC 영화에서는 다크사이드가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DC코믹스의 다크사이드(왼쪽)과 마블코믹스의 타노스. 두 악당 모두 우주정복을 위해 특별한 힘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더구나 외모 역시 닮아 있다. 마블 영화에서 타노스가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것처럼, DC 영화에서는 다크사이드가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타노스는 마블 영화 세계관 속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찾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을 경우 우주를 정복할 힘을 얻게 됩니다.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는 인피니티 스톤을 부분적으로 등장시키며 10편 이상의 영화에 통일성을 부여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에선 마더박스가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있었습니다. 마더박스는 시공간·중력 등을 제어하는 초현실적 컴퓨터입니다. 무한한 에너지를 만들기도 하죠.

하지만 마블코믹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10년 간 천천히 공개한 데 반해 DC코믹스는 지구에 있는 마더박스 3개를 한 영화에 모두 등장시켰습니다. 이를 활용해 다크사이드를 부르려던 스테픈울프는 영웅들에게 패배하고 말았죠.

저스티스 리그에서 마더박스는 이미 핵심요소로 소비됐습니다. 마더박스가 아니라면 다크사이드가 왜, 어떻게 지구를 침공할지 의문이 갑니다. 다크사이드가 이 물건을 다시 획득하려고 나서는 건 관객들에게 식상함을 줄 뿐입니다.

더구나 원작만화에서 다크사이드는 마더박스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요.

다크사이드가 찾아헤매는 건 마더박스가 아니라 ‘반생명 방정식’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반생명 방정식은 DC코믹스에서 등장하는 허구의 공식입니다. 이 방정식을 완성한 사람은 우주 내 모든 생명체를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그야 말로 우주정복이죠.

반생명 방정식을 완성할 수 있는 실마리가 지구에 존재한다면, 다크사이드는 충분히 지구를 침공할 명분을 얻게 됩니다. 마치 타노스가 지구에 있는 인피니티 스톤을 강탈하기 위해 어벤져스와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요.

다만 후속작에 대해 DC코믹스 역시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입니다.
배트맨, 플래시 등의 단독영화는 물론 조커와 할리퀸의 팀업무비 ‘고담 시티 사이렌즈’ 등의 제작 확정·취소·취소번복이 이어지고 감독 하차와 교체가 반복되는 등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니까요.

과연 DC코믹스가 지금까지의 부진을 털어내고 저스티스 리그 이후 작품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지는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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