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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탁기에 美 고율관세, WTO서 따져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2 17:15

수정 2017.11.22 17:15

트럼프 통상압력 줄이을듯.. 처음부터 당당하게 맞서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자는 권고안을 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형세탁기 중 연간 120만대가 넘는 물량에 대해 3년간 최대 50%(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 관세를 매기자는 내용이다. 자국 브랜드 월풀을 보호하고 우리 브랜드 세탁기 부품마저 미국산으로 대체토록 하려는 의도다. 월풀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저가 공세로 피해를 입었다며 ITC에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 내년 2월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TC의 권고안을 시행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전례를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권고안을 대부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ITC의 권고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로 행사 중인 통상압력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려 수입산 철강제품의 안보위협 여부를 조사토록 했다.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전용기에서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거래'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9월에는 한·미 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ITC의 이번 권고안은 신호탄에 불과하다. ITC는 이미 한국산 태양광 모듈 등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확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부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줄줄이 보호조치가 나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로선 주요 산업이 거듭 위기를 맞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우리 정부로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제동을 거는 게 답이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여러 차례 WTO를 통해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수입 철강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WTO에 제소해 승소했다. 미국 상무부가 2012년 삼성전자·LG전자의 세탁기에 반덤핑관세 등을 부과했지만 이 역시 WTO를 통해 구제받았다.
정부가 WTO 제소 카드를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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