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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의 명예 떨어뜨린 용산역의 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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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군 명예' 높이겠다 말하지만 실상은 달라
엄정한 군기의 상징 '군복'부터 단정히 해야


매일 같이 자택인 천안에서 출입처인 국방부가 있는 용산까지 열차로 출퇴근하다보면 참 많은 군 장병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 번은 용산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번쩍이는 육군 대위 계급을 단 여성 장교였다. 응당 머리에 쓰고 있어야 할 베레모를 쓰지 않은 채 혹한기 방한복과 백팩으로 멋을 낸 듯 했다. 공연한 참견은 아닌지 머뭇대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베레모를 쓰는 게 좋지않겠냐. 실외에선 모자를 벗는 게 아니지 않느냐." 대위는 피식 웃고 가버렸다. 역시나 참견하는 아저씨 심보로 비쳐졌을까. 이름이라도 봤으면 헌병대에 군기 위반으로 신고라도 했겠지만, 부대피복인 방한복에는 명찰이 부착되지 않는다.

최근들어 군 당국은 '군복의 명예'를 높이고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군인'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군복의 명예를 강조해왔다. 김용우 육군 참모 총장 또한 전투에 최적화되면서 우리 군이 자랑스럽게 느낄 군복을 만들겠다고 '워리어 플랫폼'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런 구상은 일선 군의 실상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짝퉁 약장을 부착한 대위부터 집회·시위에 국적을 알 수 없는 군복을 입고 나온 어르신들, 복장규정을 무시한 채 대형몰에서 쇼핑하는 군 간부들, 전역 기념이라며 10여만원이 훌쩍 넘는 사제 전투모와 알록달록 우스꽝 스런 전투복을 입고 나오는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가장 엄격해야 할 옷, 군복이 어느덧 우리사회에서 희화화 되고 있는 것이다.

군복의 명예를 강조하는 건 결코 '꼰대짓'이 아니다. 군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의 군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웃 일본 자위대는 군대도 아닌데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도록 복장규정 준수를 철저히 감독하고 통제한다.
군복의 명예는, 군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23일 기자에 눈에 들어온 또 다른 군복의 모습. 국방부 본청 건물에 놓인 군복 수거함에 누군가 입던 사복을 몰래 버렸다. 용산역에서 만난 그 대위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사진=문형철 기자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