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수능표정]

차분하게 치러진 수능 결시율 9.26%...지진 여파 없어

변경된 수능시험장 앞 대체로 차분한 모습...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 만전

"잘 치고 오느라" 포항지진으로 인해 수능시험장으로 변경된 포항이동중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교사의 응원을 받은 뒤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시험장 앞에는 교사와 학부모 등이 나와 수험생을 응원했으나 시험장소 변경과 추운날씨로 인해 후배들의 응원전은 연출되지 않았다./포항=최수상 기자
"선생님 시험 잘 치고 올게요" 23일 포항이동중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교사와 부둥켜 안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인해 이날 포항지역 각 고교 교사들은 조별로 시험상을 찾아 수험생들의 응시여부를 확인하고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포항=최수상 기자

"힘내자 아자 아자!" 23일 수능시험장인 포항이동중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예상치 못한 선생님들의 등장에 반가워하면서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포항이동중학교는 1주일 전 포항지진으로 인해 포항여고가 시설피해를 입게되자 수능을 위해 새로 마련된 시험장으로 이날 이 학교에서는 587명이 시험을 치렀다. /포항=최수상 기자

23일 울릉도 수험생들이 단체버스를 이용해 시험장인 포항시 남구 대이동 이동중학교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일 수능시험을 위해 포항을 찾았으나 갑작스런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자 포항지역 한 해병대에서 수능시험을 대비해왔다. /포항=최수상 기자

【포항=최수상 기자】“스트레스 받을까봐 지진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어요.”
수능 날인 23일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장 앞은 여느 수능시험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부모, 담임교사, 후배들의 응원으로 열기는 뜨거웠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를 보였다.

포항지구 수능 결시자는 지원자 6067명 중 562명이 1교시에 응하지 않아 9.26%의 결시율을 보였다.

이날 오전 6시 50분 포항시 남구 대이동 포항이동중학교 시험장 앞에는 아침기온 1도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가족, 친구, 교사들이 수험생 응원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다만 시험장소의 변경 탓인지 수험생 후배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북을 치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장하는 수험생에게 핫팩과 음료수, 과자 등 먹거리를 나눠주며 손을 맞잡거나 안아주는 것으로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수시에 합격해 수능을 치르지 않는 포항중앙여고 문보람, 김은영 학생은 “여진 불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친구들이 힘을 내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응원을 나왔다”며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어보였다.

담임교사의 응원을 받은 장성고 박현진(18)양은 “1주일 연기가 부담이 됐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기본 좋게 시험을 치르고 남은 실기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온 34명의 수험생들도 이날 아침 일찍 버스에 나눠 타고 이동중학교 등 2곳의 시험장으로 분산돼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지난 10일 포항으로 건너온 뒤 돌아가지 못하고 해병대 청룡관에서 머물며 수능을 대비해 왔다.

입실 완료 후에도 일부 부모들은 자식 걱정에 학교 앞에서 기도하는 등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고 자녀가 미처 챙기지 못한 약과 아날로그시계를 뒤늦게 가져와 전달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연수(44·장성동)씨는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지난 1주일이 마치 1년 같아 재수하는 느낌이라며 힘들어 했다”며 “말만 꺼내도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일절 지진이라는 말도 꺼내지도 않았고 마음 속으로 잘 치르고 오기만 기대했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포항지구(포항, 영덕, 울진) 수능응시자는 1교시 응시인원을 기준으로 6067명 지원에 5505명이 응시하고 562명이 결시했다. 결시율은 9.26%로 나타났다. 경북지역 전체 결시율 9.62%와 큰 차이가 없어 지진으로 인한 결시여파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고, 포항 장성고, 대동고, 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에 배정된 수험생 2045명도 계획대로 포항 남구의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으로 고사장을 옮겨 시험에 들어갔다.

여진 등에 대비해 이날 경찰과 소방대도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포항 각 시험장에는 소방·경찰 등 안전요원 13명씩 배치됐다.
소방관 4명, 경찰관 2명, 건축구조 기술자 2명, 전문 상담사 1명, 의사 1명, 수송 담당자 3명 등이다.

포항 12개 시험장 인근에는 입실 시간 전 여진 발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수험생 비상 수송용 버스 244대도 준비됐다.

강한 여진 발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아침일찍 포항교육지원청을 찾아 비상 대기 중이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