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재난적 의료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3 16:54

수정 2017.11.23 16:54

[차장칼럼] 재난적 의료비

보통 암이 재발하게 되면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1기에 암을 발견해 수술을 한 후 암이 재발하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암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해 본인 부담금 5%만 내도록 하고 있다. 조기발견해 깔끔하게 수술하는 경우에는 치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할 경우다.

항암 신약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기존 약에 비해 효과가 좋다. 이렇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신약을 쓰면 생명연장이 된다고 할 때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하지만 신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지난 8월 건강보험이 적용된 로슈 캐싸일라의 경우 지난 2014년 10월 출시한 이후 2년10개월이나 걸렸다.

이 치료제는 허셉틴 치료에 실패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투여된다. 건강보험 적용 전에는 한번 맞을 때 약값이 540만원에 달했다. 1년이면 1억2000만원가량이 들어간 것이다.

의료비가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를 제외한 지출의 40%를 넘는 경우 재난적 의료비라고 부른다. 이처럼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환자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16만2832명에 달한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의료급여(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1회 입원비 부담이 100만원 이상이면 재난적 의료비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소득 3분위 이하 저소득층이 전체의 93%(15만1368명)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암처럼 생명과 직결된 질환에는 건강보험에서 보장을 해주는 것이 맞다.

반면 흔한 질병인 감기 같은 경우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본인부담금이 20%다. 이 때문에 몇 천원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도 1만원 정도면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한 해 건강보험에서 감기 치료에 들어가는 진료비가 약 1조7000억원이다. 해마다 비용은 비슷하다. 한 해 동안 감기로 병원을 한 번이라도 찾은 사람은 2000만명 이상이다.

감기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건강보험료 재정을 담당하는 연령층이 젊은 직장인인데 이들은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다. 또 이들의 자녀들이 감기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 9세 이하 어린이는 1년 동안 13.2회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주로 암과 같은 질환에 걸려 많은 병원비를 지출하는 연령은 60대 이상이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데다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재난적 의료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문재인케어' 실시로 비급여 부문도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분배도 고민할 때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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