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경총 입에 또 재갈을 물리지 마라

지령 5000호 이벤트

김영배 부회장 또 쓴소리.. 내치지 말고 귀 기울여야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23일 다시 입을 열었다. 김 부회장은 이날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개선하지 않은 채 내년을 맞게 되면 전 산업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기상여금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의 작심 발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토'를 달았다 혼쭐이 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경총은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은 6개월 만에 2차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과녁은 비정규직에서 최저임금으로 옮아갔지만,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톤은 여전하다.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이번엔 김 부회장을 야단치지 말았으면 한다. 또 재갈을 물리면 소통을 중시하는 정부답지 않다. 문 대통령 스스로 친기업이면서 친노동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누가 봐도 현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김 부회장 같은 이들의 입을 틀어막아서 생긴 일이다. 꾸짖을 게 아니라 오히려 불러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경총이 어떤 단체인가. 1970년대 들어 노사분규가 여기저기서 불거졌다. 기업 사용자들은 노사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1970년 한국경영자협의회가 만들어졌고, 1981년 경총으로 이름을 바꿨다. 노사 분규가 있는 곳엔 늘 민노총.한노총에 맞서 경총이 있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경총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경총 자리를 없앴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40여개 기관이 참석한 세미나에 경총을 부르지도 않았다. 속좁은 짓이다.

정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신 대한상공회의소를 재계 파트너로 여기는 듯하다. 삼성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상의가 할 일이 있고, 경총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상의는 경제.기업정책 전반에 대해 재계 의견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임금 관련 이슈는 경총만 한 노하우가 없다.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이 경총엔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우리 같으면 큰일 날 소리를 했다. 그는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이 된다는 쪽에 베팅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럽다. 김 부회장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놔둬라. 막는다고 불만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뒤에서 구시렁대는 것보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백번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