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5대 원칙'은 실패 …'7대 원칙'은 성공하길

병역기피, 세금탈루, 위장전입, 연구부정행위, 불법적 재산증식,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청와대가 지난 22일 내놓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준이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에는 고위공직자가 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세운 인사검증 기준 '5대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가 더해져 '7대 원칙'이 됐다.

시기상으로 묘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마지막으로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이 완료된 직후 발표됐으니 말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인사 배제 원칙으로 새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은 195일이나 걸릴 정도로 쉽지 않았다. 장관급 22명 가운데 14명이 인사검증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은 특히 힘들었다. 홍 장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박성진 교수가 중도 사퇴했고 50여명이 검증에서 걸러지거나 사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용도 묘한 것이 있다. 분명히 기준은 강화됐지만 적용 시점을 보면 인사검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현 정부 고위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조치라는 생각도 든다.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후, 음주운전은 최근 10년 이내 2회 등으로 구체적으로 명시,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현 정부 고위공직자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줬다. 청와대의 '7대 원칙' 발표 직후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맞다. 오해받을 만한 시기에 오해받을 만한 적용시점이 들어가 있지만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결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보다 강화된 기준에 기대도 있지만 사실 걱정도 된다. '7대 원칙'이 슬며시 뒤로 사라지거나 완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힘겹게 초대 내각을 구성했지만 머지않아 고위공직자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역대 정권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2개월로 조사됐다. 이 기준이라면 내년 연말이면 내각에 변화가 있게 되고 특히 내년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변동폭이 클 수가 있다. 그때는 과연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도 '7대 원칙'이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것은 좋지만 그에 맞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목소리다. 너무 기준을 높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때이른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말들은 많지만 인사원칙은 다시 세워졌다. 그대로 밀고가기를 바란다.
새 정부는 지금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정권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되고, 그 실수가 고의라고 느껴진다면 지지는 금방 사라질 수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