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일본은 유치원부터 입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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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초등학교 원서 작성 가이드'(왼쪽 사진)와 '초등학교 수험 대백과 2018'의 표지
느닷없이 포항을 엄습한 지진으로 연기됐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무사히 치러졌다. 재난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수능생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도 한국의 이번 상황은 낯설게 여겨지는지 한국의 '수능 연기'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사실 학력 우선주의나 입시의 치열함을 따지자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일반적으로 중학교 진학부터 입시전쟁이 시작되는데, 이를 위한 전초작업이 유치원 입시대전으로까지 이어진다.

일각에선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일찍부터 대학을 포기하고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일본 문부과학성의 '학교 기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17년도 대학 진학률은 57.3%로 한국(69.8%, 통계청)보다 낮았다.

하지만 좋은 학교에 대한 일본인들의 강한 열망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일본 내에서도 특수한 입시로 불리는 유치원·초등학교 입시란 게 있다. 이 특수 입시는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명문 사립대를 향한 지름길 같은 것이어서 상류층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험 관련 웹사이트들은 수도권 유명 사립유치원의 다음해 입시정보를 앞다퉈 기재한다. 사립유치원 순위, 어떤 시험이 치러지는지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학교 측도 가까운 미래에 학생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판단, 이런 상황을 더 부채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립유치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 입시를 위해서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 진학은 명문 사립대 입학을 보장하고 있어 사실상 '대학 입학'과 동급으로 볼 정도다. 사립 부속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내부 진학이나 추천 입시 등 유리한 전형이 많아 일반 수험생보다 명문대 진학이 상대적으로 쉽다.

일본 프레지던트사가 발매한 '초등학교 수험 대백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게이오대학이 게이오 창립 150주년을 기념, 신설한 게이오 요코하마 초등학교였다. 경쟁률은 명문대 입시 경쟁률을 압도했다. 2위를 차지한 게이오 초등학교, 3위 도요에이와여학원 초등학교의 경쟁률도 월등해 10대 1을 넘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현상을 놓고 극성스러운 교육열이 엄청난 경쟁률을 만들었다며 '부의 대물림'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학습비용조사'에 따르면 3세부터 사립유치원을 통해 사립고등학교까지 다니는 데 드는 교육비가 1770만엔(약 1억7240만원)이었다. 공립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명문대가 뭔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학부모들 허리가 휜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