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판부 “어떻게 이런 범행이…” 수서고속철 봐주기 공사 질타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3 17:11

수정 2017.11.23 17:11

수서고속철 공사때 계약과 다른 저렴한 공법 봐주기
토목공사 구조적 비리로 국책사업시설 안전 위협
국책사업인 수서발 고속철도(SRT) 공사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책임자 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일부 형량을 줄이면서도 토목현장의 부패 관행을 질책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사기, 배임수재,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인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모씨(56)와 공사팀장 최모씨(46)에게 징역 5년,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추징금은 각각 5000만원, 1200만원으로 1심과 같다.

특경가법상 사기.배임,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시행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장 박모씨(49)는 1심과 같은 징역 4년에 벌금 1억원과 추징금 4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함씨 등에 대해 "금전을 편취하는 데 기능적 행위지배에 해당된다고 보기에는 다소 모자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사기방조 행위는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같이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발주처가 뇌물을 받고 1차 도급업체는 하도급으로부터 또 금원을 받거나 교부했다"며 "이런 식으로 수 없이 많은 접대와 상납구조가 이뤄지는 자체가 이 현장만인지 우리나라 토목현장 모두 그런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뇌물공여 과정을 보면 차를 주거나 넘겨받고 어떻게 이런식의 범행들이 이뤄질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함씨 등은 2015년 1∼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둔전동 일대 SRT 건설공사 제2공구에서 저진동.저소음 공법(슈퍼웨지)을 굴착공법으로 사용하기로 철도공단과 계약했는데도 하도급.감리.설계 업체 임직원들과 짜고 비용이 적게 드는 화약발파 공법으로 굴착한 뒤 슈퍼웨지 공법을 썼다고 속여 철도공단으로부터 공사비 168억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등 건설사들은 공법을 임의로 변경한 뒤 서류조작을 통해 이를 은폐했고 감리업체는 계약과 다른 공법이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허위 검토의견서를 작성해 국가기간시설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비리를 저질렀다고 기소 당시 검찰은 지적했다.

이들은 제2공구 가운데 애초 설계대로 화약발파 공법을 사용해 굴착이 완료된 구간(97m)에 대해서도 설계업체와 짜고 슈퍼웨지 공법에 의한 굴착구간으로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를 타낸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단 박씨 등은 시공사 현장소장 함씨 등으로부터 현금, 차량 무상 양수, 술값 대납 등의 방법으로 5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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