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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Culture]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3 20:35

수정 2017.11.23 20:35

[공연 리뷰]
희망 찾아 獨으로 떠난 1만여 파독 간호사.. 그들은 왜 조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언제든 어디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거야."

그 시대, 국가가 품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보다 남녀차별이 더 심했던 때, 황폐화된 이 땅에서 가난과 맞서 싸우며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그 때, 그들은 희망을 찾아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이 수출 자원이었던 1960년대 중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 간호사들은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이역만리 독일로 외화벌이를 위해 이주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화된 이민자 세대인 '파독간호사'다. 3년 계약으로 독일에 파견된 이들만 1만여명. 이렇게 떠난 이들 중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30% 정도, 나머지 70%의 여성들은 독일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처음 계획과 다른 선택을 하게 했는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힘들고 고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상 속에서 조국의 갑갑한 현실을 깨닫게 된 신여성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1세대로서 그들의 삶은 그간 이 사회의 먼 경계에 있어 주목받지 못했고 잘 다뤄지지도 않았다. 그들이 독일에서의 정착을 선택하면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그들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어떤 투쟁을 했고 어떻게 성취를 했는지 돌아보는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들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다. 수년 전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젊은이들 사이이에서 큰 화제를 낳았던 것처럼, 조금 결은 다르지만 우리 앞에 또 비슷한 고민들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김재엽 연출이 지난 봄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연극 '생각은 자유'에 이어 선보이는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베를린 코멘터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가 독일 베를린예술대에 방문교수로 1년간 체류할 당시 만난 재독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배우 정원조가 전작에 이어 연출자 김재엽 역으로 출연해 극을 이끌어가는 나레이터 역할을 한다. 공연은 12월 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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