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사랑하기 때문에 사냥? ‘트로피 헌팅’ 논란

"보존하기 위해 사냥한다."

전 세계 5만5000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미국 사냥협회 사파리클럽인터내셔널(SCI)은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빅게임 헌팅(big game hunting.대형동물 사냥)'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 박람회에서는 사냥품 전시회와 사냥 관련 세미나, 사냥 장비, 사냥품 및 여행상품 경매 등이 이뤄진다.

올해 2000개가 넘는 부스가 설치됐고 1만800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내년에는 전 세계 33개국에서 909개 기업과 2만4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여해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경매행사다. 악어, 큰뿔사슴, 비둘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사냥을 위한 여행지와 여행기간, 사냥 상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냥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사냥감은 단연 '빅5'로 불리는 코끼리, 사자, 표범, 코뿔소, 아프리카물소다. 보통 아프리카물소를 사냥하려면 8000달러(약 8468만원), 코끼리는 4만3500달러(약 4722만원), 아프리카물소는 35만달러(약 3억7993만원)가 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사냥은 사파리 관광과 결합해 여행상품 형태로 판매된다.

그러나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부자들의 잔인한 유흥'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쏠린다.

특히 사냥한 야생동물의 머리, 뿔, 가죽 등을 상업적으로 거래하지 않고 전리품처럼 챙기는 '트로피 사냥'에 대해서는 격한 비난이 쏟아지곤 한다.

2015년 7월 발생한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 도륙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지난 2015년 7월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이 머리가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되자 '트로피 헌팅'이 전 세계적 공분을 샀다. 세실을 도륙한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가 '트로피 헌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파머는 5만달러짜리 사냥여행에서 전문 가이드와 함께 세실을 보호구역 밖으로 유인해 총과 화살로 도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인 10만여명이 파머를 짐바브웨로 인도해 법정에 서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는 등 격하게 반응하면서 파머는 한때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문을 닫아야 했다.

'트로피 헌팅' 옹호론자들은 이 같은 사냥이 오히려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을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사냥을 합법화하면 밀렵이 줄어들게 되고, 사냥의 대가로 지불되는 비용을 현지 지역사회에 투자하면 지역사회에 그 종을 보존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어류및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이와 같은 논리를 들며 잠비아와 짐바브웨에서 자국민이 사냥한 코끼리 트로피 일부를 수입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가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트로피 헌팅'을 "끔찍한 쇼"라고 부르며 한 발 물러섰다.

곧 나올 관련 정책 결정에 '트로피 헌팅'의 동물보존 효과 여부가 중심이 되겠지만 동물보존이란 결과를 위해 동물의 생명윤리가 무시되면 안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동물보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에 처한 동물들의 생명을 팔자는 논리는 아동학대방지 자금을 막기 위해 아이들을 암시장에 팔자는 논리와 같다"는 델시아나 윈더스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PETA) 기금' 부회장의 말을 곱씹게 된다.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