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스리랑카 대통령 국빈방한의 의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6 17:01

수정 2017.11.26 17:01

[특별기고] 스리랑카 대통령 국빈방한의 의미

"대사님, 혹시 이곳 스리랑카에서 코리아라는 단어를 이전에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아세요?" 2014년 부임 직후 주요인사 예방 시 심심치 않게 들은 질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6·25전쟁 직후 폐허로 변한 한국의 실상에 빗대어 "코리아"를 낙후된 빈민가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948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직후 스리랑카는 아시아에서 필리핀, 미얀마와 더불어 선두권 국가 중 하나였다. 1950년대 아시아에서 잘나가던 스리랑카에 6·25전쟁 직후의 한국이 어떻게 비쳤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현재 스리랑카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많은 스리랑카인이 한류와 한국산 제품에 열광하며 매년 약 3만명의 젊은이가 한국어시험에 응시하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이미지는 스리랑카인들 마음속에 점차 친근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올해는 특히 외교관계 수립 4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은 1977년 수교 이래 외교, 교역투자, 개발협력, 노동,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한때 비동맹운동을 주도했던 스리랑카는 1970년 우리보다 북한과 먼저 수교하고, 남북 간 등거리외교를 지향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과 사실상 단교 상태인 반면 우리와는 양자 차원은 물론 다자 차원에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최대 투자국이던 우리도 스리랑카와 실질적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스리랑카를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으로 지정, 지금까지 약 9억달러 규모의 유·무상 원조사업을 제공했다.

인도대륙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심고리로서 인도양과 서남아의 요충지인 스리랑카는 현재 주요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인도양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 해양 실크로드의 복원을 꾀하는 중국, 전략적 요충지로서 인도양을 중시하는 미국과 일본이 스리랑카를 두고 치열한 구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포함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우리로서는 단독으로든 아니면 제3국과 공동으로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세심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스리랑카는 인도, 파키스탄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남아시아 FTA 가입국이며 향후 중국, 싱가포르, 태국, 터키 등과 FTA 체결을 추진 중인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서남아와 인근 지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어 우리 기업의 관심이 요청된다.


신밧드가 항해 모험 중 좌초돼 표류하다가 온갖 보석이 즐비한 곳에 도착했다는 세렌딥 왕국이 바로 스리랑카이고, 세렌딥은 '뜻밖의 행운'을 의미하는 영어 'serendipity'의 어원이 됐다. 11월 말 양국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이루어진 시리세나 대통령의 국빈방한이 우리 기업에 뜻밖의 행운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수교 이후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우리 정상의 스리랑카 방문이 곧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원삼 주스리랑카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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