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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자존심보다 개혁이 먼저다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7 17:07

수정 2017.11.27 17:07

[차장칼럼] 자존심보다 개혁이 먼저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민족갈등 해소를 위해 평생 인재 등용과 포용의 리더십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수인 한족 동화책이 절실했던 강희제는 우선 청나라에 반대하고 명나라를 복구하자는 '반청복명'(反淸復明) 정서를 지닌 한족 출신 젊은 선비들을 중용하기 위해 과거 특례제도도 신설했다. 황제 스스로 정서적 교감을 위해 만주어를 버리고 중국어도 배웠다. 역사편찬도 한족 출신 관료에게 맡겼다.

그중에서 청나라 관료 진출을 거부했던 명나라 출신 이곽이라는 유학자를 등용하기 위해 황제가 직접 일곱 번이나 찾아갔다.

이런 노력도 통하지 않자 '만한전석'(滿漢全席)이라는 황실 대연회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화학적 결합을 약속했다.
민한전석이란 만주.한족의 결합을 위해 두 민족의 정신과 전통이 담긴 요리 100가지로 상을 차린 잔칫상이다.

대제국 로마도 전쟁에서 승리한 뒤 정복지 주민에게 시민권과 자치권을 주며 포용했다. 종교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수탈도 없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포용한 집단은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 반면, 그렇지 못한 집단은 운명이 크게 갈렸다.

국민의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 초기 DJP연합을 통해 김종필 전 총재를 국무총리에 세우고 인사권을 절반 나눠줬다. 결과적으로 국민의정부는 집권 초기 공동정부를 통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동력을 얻었다.

문재인정부도 6개월째 인사 딜레마에 허덕이고 있다. 195일 만에 18개 부처 1기 내각 퍼즐 맞추기를 겨우 완성했다. 그러나 앞길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12월 1일 임기가 종료되는 황찬현 현 감사원장 및 전병헌 전 수석 후임 인선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모두가 인재풀이 적어서 나온 결과다. 당내에서도 진영을 가리지 말고 뽑았어야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사에 발목을 잡혀 아직 새 정부 개혁입법은 손도 대지 못했다.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개의 정치세력은 순혈주의를 좋아한다. 권력을 나누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야당은 몰라도 집권세력은 생각이 달라야 한다.
개혁을 위해 집권했다면 타협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개혁은 숙명이고, 과정은 선택이다.
그것이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의 존재 이유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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