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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농수축산물만 10만원 상향, 과하지 않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8 17:10

수정 2017.11.28 17:10

관련업종 종사자 시름.. 권익위에서 덜어주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유탄을 맞은 농수축산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전원위원회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선물한도를 농수축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전체 위원 15명 중 12명이 표결에 참석해 찬성 6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과반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당초 3.5.10만원인 식사.선물.경조사비 가운데 선물비만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관계부처 간에 의견을 모았었다.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도 열 계획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내년 설에는 농수축산인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의 내부 절차가 틀어짐에 따라 시행령 개정이 불투명해졌다.

시행 1년2개월을 맞은 김영란법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설문조사 결과 국내기업 4곳 중 3곳은 접대가 줄어 기업활동 하기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좋아진 점으로 공무원의 공정성 향상, 회식 간소화, 선물.접대비 등 비용 절감, 접대 감소에 따른 업무 효율화 등을 꼽았다. 지난 1년여 사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의 관행이 줄었다는 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한다. 기업평가 전문 사이트인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올 상반기 접대비 지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1% 줄었다. 올 들어 분기 성장률은 1.4분기 1.1%에 이어 3.4분기에도 1.4%를 기록했다. 김영란법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늘도 없지 않았다. 한우.인삼.굴비.화훼 등 지역특산 농수축산품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 업종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20% 이상 감소했다. 굴비 주산지인 영광 법성포의 경우 4000억원대였던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대로 격감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부패를 추방하고, 투명사회를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부정적 측면이 일부라도 있다면 골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미조정은 필요하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농수축산인들이 내년 설에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안을 재논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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