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3·5·10 개정 논란의 세 주체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28 17:11

수정 2017.11.28 17:11

[차장칼럼] 3·5·10 개정 논란의 세 주체

시행 1년2개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의 '3.5.10 규정'을 완화하는 안건이 지난 27일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에서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10만원으로 올리자는 게 골자였다. 권익위 전원회의체에서 이 안건이 반대 다수로 부결됐으니 '3.5.10' 일부 개정을 지지하던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3.5.10' 개정과 관련해 주체는 크게 보면 권익위와 유관부처, 이를 중재하는 국무총리다. 이들 세 주체의 행보를 지적한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잇따라 "3.5.10을 5.10.5 등으로 바꾸겠다"면서 '3.5.10'이 '적폐'인 양 개정을 압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늦어도 (2018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하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엄밀히 보자면 개정을 확정적으로 요구한 두 장관의 발언은 권한 밖이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 개정 실무권한은 위원 의사결정체제인 권익위가 갖고 있다. 설령 각료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라 하더라도 원안대로 '3.10.5'으로 바꿨다면 농축수산업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유통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농어민이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 농축수산품 가격은 복잡한 유통구조 탓에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불합리하다. 또 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과 시장개방, 소비자의 의식 변화 등 복합적 이유가 있다. 해당 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마련해 이를 잘 수행하는 것이 두 장관이 할 일이다.

이 총리의 발언도 아쉽다. '3.5.10' 완화를 기정사실처럼 오해의 신호를 줬다. 개정을 고대하던 농축수산업계의 실망을 키웠다. 이 총리는 정치인이 아니다. 대한민국 총리로서 공정과 형평성 그리고 신중했어야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현행 '3.5.10' 규정이 최선이 아닐 수 있지만, 시행 1년 만의 완화에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손댔다간 여러 이해관계자의 개정 요구가 빗발칠 테고, 이를 어떤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음식업, 농축산가공업 및 관련 유통업 등 모두들 이해당사자라고 더 많은 개정을 요구하면 이를 어찌할 건가. 대기업 계열의 농축수산업체는 예외조항을 두어야 하는가. 게다가 법 시행 이후 여러 유관 경제연구원에서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과장되게 전망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또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5년(58%) 이후 상승(2016년 10월 71%, 12월 85%)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권익위도 확신을 주지 못했다.
주변의 '권익위 흔들기'에 움츠렸다. 법의 본의와 달리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인 '3.5.10 프레임'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부족하다.
박 위원장은 불참할 게 아니라 그의 소신대로 전원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어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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