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익의 재팬톡!]

‘100달러’ 위조지폐에 비상 걸린 일본

- 일본의 그림자를 비춰보다.②
- 고급 감정기계도 통과한 위조지폐
- 환전소 중심으로 피해사례 발견
- 올림픽 발표 후 위조지폐 사용률 증가
- 100달러 지폐 잘 안 받는 외국과 다른 일본
- 위조지폐 범죄 보편화되는 한국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금권샵 사진 /사진=구글 맵
【도쿄=전선익 특파원】“환전이 가능한 금권샵(金券ショップ) 등을 중심으로 이달 중순부터 100달러짜리 위조지폐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습니다. 경시청은 현재 유통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닛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사회면 기사입니다. 일본 사회는 도쿄도 타이토구와 신주쿠구 등 도내의 금권샵에서 발견되고 있는 ‘100달러’ 위조지폐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는 금권샵 6곳에서 총 120장의 위조지폐가 발견됐습니다만 일본 언론들은 피해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금권샵’이라는 장소가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가게’라는 뜻을 가진 가게로 각종 표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디즈니랜드 표나 신칸센 표 등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입니다.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가게이다 보니 이곳의 보안은 철저한 편입니다. 특히 위조지폐 등을 막기 위해 최고급 사양의 감정기계를 들여놓은 곳이 많습니다. 이런 가게에서 고액권인 100달러 짜리 위조지폐가 발견됐으니 일본 사회가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합니다.

요미우리신문의 '100달러' 위조지폐 기사 사진 /사진=요미우리신문 온라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위조지폐는 기록 번호가 모두 ‘KF’로 시작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품 지폐와 다른 점을 찾자면 △지폐중앙에 있는 파란색 3D 밴드가 각도를 바꿔도 똑같아 보이는 점 △오른쪽 하단의 도안에 자외선을 대면 약간 노랗게 변색하는 점 정도라고 합니다. 고급 감정기계도 속일 정도니 육안으로는 분별해 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이 위조지폐가 사양이 낮은 저가의 감정기계에서는 구분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감정기계는 제품에 따라 검사 항목이 다르다”며 “위조지폐를 만든 일당이 고급 사양의 감정기계에서만 테스트를 거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권샵 점원의 증언에 따르면 위조지폐를 사용한 일당은 동남아시아계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제조에도 가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에 발견된 위조지폐 제작수법이 정교해 과거에도 위조지폐를 만든 경험이 있는 일당이나 규모가 큰 조직의 소행일 것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위조지폐 일당들이 금권샵을 노린 이유는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8년 외환법이 개정돼 금권샵에서도 환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998년 10개 미만이던 금권샵 환전소는 현재 111개까지 늘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갑자기 위조지폐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뭘까요? 일본 언론들은 현금거래 중심의 일본 경제를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올림픽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100달러 위조지폐는 지금까지 파악된 바로는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소매점들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해외에서는 잘 받지 않는 고액권(100달러권)도 거절하지 않고 받고 있습니다. 위조지폐 일당들은 이 점을 악용하는 것 같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옛날부터 올림픽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위조지폐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였다”며 “일본의 위조지폐는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3년 9월 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경찰정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위조지폐 범죄가 대폭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인도에서는 고액권이 폐지되고 중국에서는 전자 결제가 진행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가 이뤄지는데 일본은 유독 현금 중심 거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짜 돈에 당할라…현금 거래 많은 연휴 '위조지폐 주의보' /사진=연합뉴스
위조지폐에 의한 범죄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만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위조지폐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만 해도 도박 빚에 시달리던 대학생이 위조지폐를 만들어 쓰고 편의점 종업원이 위조지폐를 거스름돈으로 사용한 범죄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암호 화폐 가치 급등, 전자 결제 확산 등 현금없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한국에서도 위조지폐 같은 지능 범죄가 점차 대범해지는 현실을 예사롭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