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주거복지에 120兆, 돈은 어디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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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임대 정책 출렁.. 기금 바닥 드러날까 걱정

정부가 주거복지로드맵을 29일 발표했다. 신혼부부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20만가구 등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공적임대주택 등 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촘촘한 설계를 통해 사각지대 없는 주거 복지망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가운 정책이다. 하지만 재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주거복지로드맵에 5년간 들어가는 돈은 약 120조원이다. 연평균 약 24조원을 쓴다. 2013~2017년 연평균 비용(16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매년 7조6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주된 재원은 주택 도시기금이다. 예산에서 할당되는 1조원을 빼면 나머지가 주택도시기금에서 나온다. 6월 현재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42조원이다. 정부는 이 정도 여유자금이면 집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년 7조 이상을 더 쏟아붓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당장 유동성에 차질이 없더라도 여유기금을 함부로 쓰는건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과 주택청약 통장 가입자가 붓는 청약저축예금 등으로 조성된다.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부채성 자산이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통장을 해지하면 돌려줘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기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건전성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이번 정부에서 여유기금을 지나치게 쓰면 다음 정부 들어선 서민 주거지원을 위한 갖가지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주거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췄다. 새 정부는 기존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새 주거대책을 선보였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을 선보였고, 이명박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지었다. 보금자리 주택은 좋은 입지에 서민주거를 지원할 수 있었지만 부작용도 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적자를 끌어안으면서 부채가 4조원 이상 불어나 박근혜정부가 폐기했다. 박근혜정부는 도심 주요지역을 지구지정해 대학생, 신혼부부 등을 위해 '행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주민 반발로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장기적 고민 없이 새 정책 만들기에 급급한 결과다.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는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 가능해야 좋은 정책이다. 더구나 막대한 자금을 추가 지출하는 정책은 차기 정부에 짐으로 남는다.
현 정권이 가진 여윳돈은 5년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임대주택정책도 재탕과 폐기를 반복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대대적 복지대책 마련에 보다 신중하고 지속 가능한 방안을 고민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