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SNS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 '화이트 불편러’가 뜬다

조재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3 13:33

수정 2017.12.03 13:33

-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세상을 바꾸다".. '착한 불편함' 새 트렌드로 주목
- 위안부· 배지'만든 고등학생들, 퍼 프리에 공감하는 20대 등 사례 제시
- 공익적 크라우드 펀딩의 등장도 확산에 한몫

화이트불편러는 경찰 부실수사, 위안부 문제, 동물학대 등 사회의 '옳지 않은 것'에 목소리를 내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청년들을 칭하는 말이다./조재형 기자
화이트불편러는 경찰 부실수사, 위안부 문제, 동물학대 등 사회의 '옳지 않은 것'에 목소리를 내 구체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청년들을 칭하는 말이다./조재형 기자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트위터에서 20만 건 넘게 언급된 해시태그 운동이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의 부실 수사로 되레 무시 당하거나 2차 피해를 입었다는 경험담이 인터넷에 게시되면서 확산됐다.
최근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회적 불합리을 개선하는 ‘해시태그 운동’의 무대로 활용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때 유행한 ‘#그런데최순실은?’이나 ‘#문화계_성폭력’ 같은 운동이 대표 사례다.


3일 주요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SNS를 통해 여론을 확산하겠다고 나서는 예민한 청년들, ‘화이트불편러’가 늘고 있다. 화이트불편러는 ‘white+불편+~er’의 합성어다. 인터넷에서는 화이트불편러를 ‘정의로운 예민함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반대 의미인 ‘프로불편러’가 별것도 아닌 일에 단순히 딴지 거는 사람들이라면, 화이트불편러는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인 행동이나 결과물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프로불편러와 다르다.

■ SNS 파급력과 크라우드 펀딩 등장으로 확산
올초 강원도 철원고등학교와 철원여자고등학교 역사 동아리 학생들은 ‘위안부 소녀 배지’를 제작 판매해 주목 받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피멍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응답한 결과다. 당초 150개 내외만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SNS를 통해 알려지며 약 8000 개를 판매했다. 학생들은 배지 판매 수익금 900만 원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

화이트불편러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SNS 대중화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SNS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그 가치를 결과물로 보여준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는 △돌고래쇼 반대 △유기동물, 장애인, 환경 문제 △친환경 모피 △야학 △소방관 처우 개선 △베이비박스 같은 다양한 사회 현안 프로젝트들이 후원을 받았거나 기다리고 있다. 펀딩을 진행 중인 26세 정은용 씨는 “플랫폼에서 제작비를 모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니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여러사람과 연결될 수 있어 좋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유기견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올라와있다./텀블벅 화면 갈무리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유기견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올라와있다./텀블벅 화면 갈무리

■ ‘선악, 옳고 그름’으로 몰아가는 흐름은 지양해야
그러나 아직 화이트불편러를 바라보는 시민 의견은 분분하다. 50대 주부 A씨는 “청년들이 그저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 것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자조적인 목소리로 욕하고 말 때가 많은데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행동하는 점이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30대 직장인 C씨는 “강남역 살인사건 때 고인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생겨 좋았는데, 추모 현장에서 남녀가 충돌해 다른 의견을 핍박하는 것을 보며 본질이 왜곡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D씨는 “냉정하게 지켜보고 합의를 끌어내야할 문제가 누가 옳고 그르냐의 싸움으로 번질 때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주인공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 혹은 대중이 이분법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합의가 어려워진다”며 "인터넷과 SNS를 통한 토론문화가 한단계 더 성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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