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평일은 직장인, 주말은 강사"..그들이 투잡 뛰는 이유

신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12 10:29

수정 2017.12.12 10:29

투잡 직장인이 늘어난다..."평일은 직장인, 주말은 강사"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은 옛말..부업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
돈, 고용불안, 자아성취감 실현 등이 주된 목적
부업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한 상황
최근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려는 이유는 부족한 급여, 고용불안, 자아성취감 실현 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부업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홍선주 기자
최근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려는 이유는 부족한 급여, 고용불안, 자아성취감 실현 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부업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홍선주 기자

#중소기업 3년차 직장인 김아영(가명·29)씨는 직업이 둘이다. 평일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집 근처 카페에서 프랑스 자수 강사로 수강생들을 가르친다. 일을 하면서 프랑스 자수에 흥미가 생겨 자격증을 따둔 것이 자연스레 부업으로 이어졌다.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나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생각하면 스스로 위로가 된다.

‘평생 직장’, ‘평생 직업’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투잡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현상이 맞물리며 직장 하나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여러 일자리를 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중 부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2016년 기준 40만6000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를 고려하면 실제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회만 된다면 부업에 뛰어들겠다고 자처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무려 77%가 ‘부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부업 이유는 돈-고용불안 해소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0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6%가 ‘월급으로 생활이 힘들어서 부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33.8%는 ‘돈을 넉넉하게 쓰고 싶어서 부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주된 직업 급여로 생활비와 부채 등을 해결할 수 없어 부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임금근로자는 1977만9000명이며 이 중 43%에 해당하는 852만4000명의 월급이 200만원 미만이었다. 전체의 10.4%인 206만8000명은 월급이 100만원 아래였다.

직장인의 고용불안 증가도 부업을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정용(가명·30)씨는 “40대 중반쯤부터 퇴직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선배들을 여러 명 봤다”며 “회사는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으니까 나 또한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상시구조조정 시스템 확산과 높은 조기퇴직률로 인해 정규직 직장인들도 고용불안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가 남녀 직장인 7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직장인 고용 불안감 현황’ 조사 결과, 정규직 직장인들의 82.3%가 현재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아성취감 실현을 목적으로 부업을 갖는 이들도 있다. 자기 만족을 위해 평소 취미로 즐기던 일을 부업으로 삼는 것이다. 직장인 김현희(33)씨는 “돈도 돈이지만 예전부터 휴대폰 케이스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며 “현재 직장생활 만으로는 큰 보람을 얻기 힘들어 부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서는 정부가 직장인 부업 촉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 부업 사실을 숨기고 있다. 지난해 6월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제 부업을 하고 있는 118명의 직장인에게 회사에 공개하고 있는지 여부를 묻자 87.2%가 ‘숨기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업무에 소홀해 보일 것 같아서’가 57.8%를 차지했다.

기본적으로 본업 외 부업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회사가 많다. 일의 생산성 저하를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해 사내규정으로 아예 부업을 금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부업을 하는 직장인들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보수를 현금으로 받으려 한다.

일본은 부업을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값진 노동’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직장인이 부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업에 촉구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에 맞춰 지난해 일본의 로토제약은 ‘사외 도전업무 제도’를 도입해 입사 3년차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시간 이후나 휴일에 부업을 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야후 재팬도 자사 사업과 경쟁 관계가 아닌 것을 조건으로 직원들의 부업을 허용했다. 올해부터는 지자체에서 지방공무원에 대한 부업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일본의 경우 적극적으로 직장인의 부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라며 “우리나라도 부업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주된 일자리 하나를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보험제도를 재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sjh321@fnnews.com 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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