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주면 아이 더 낳을까? "칼퇴 보장 등 종합대책이 우선"

아동수당, 고소득층이 저소득층 보다 더 혜택받아
OECD 35개국 중 31개국 아동수당 도입했지만 출산율 제고 효과 미미
아이 돌봄 서비스, 공공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환경 개선이 더 중요해

# 2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A(34)씨는 내년 7월 도입될 아동수당이 되레 걱정이다. 수당을 줬으니 책임을 다했다고 배짱부리는 사회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다. A씨는 “현금 지원보다는 회사에서 칼퇴근을 보장하고, 육아휴직도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사회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 B(33)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병행하는게 어려워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매일 육아 전쟁을 치르는 B씨는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심신이 지칠 때가 많은데 믿고 맡길 곳이 없다”며 “임신한 뒤 바로 어린이집을 신청했는데 아직도 대기 중인게 육아 현실"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정부의 저출산 해소책으로 도입될 아동수당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내년 7월 도입되는 아동수당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0~5세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 원을 지급한다.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현금 지원 정책이 실제 가임 여성들에게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3일 관련 정부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3년 3월부터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최근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해결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 아동수당, 고소득층이 저소득층 보다 더 혜택받아
아동수당이 내년 7월에 도입되면 약 253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저소득층 보다 고소득층에 더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소득수준(5분위)에 따른 아동수당 수급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상위층인 4분위가 4조 6000억 원(34.5%)으로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위층인 3분위가 3조 3000억 원(24.7%), 고소득층인 5분위가 2조 8000억 원(20.9%)을 받게 된다.

반면, 중하위층인 2분위는 1조 5000억 원 (11.1%), 하위층인 1분위는 1조 1천억 원(8.8%)을 받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층(5분위)은 하위층(1분위)보다 2.4배를 더 받는 것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를 더 많이 낳기 때문에 생기는 불균형이다.

■ OECD 35개국 중 31개국 아동수당 도입.. 출산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16년 기준) 35개국 중 31개국이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영국, 독일 등 15개국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했고, 일본, 프랑스 등 5개국은 전 계층에 지원하지만 금액에 차등을 뒀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11개국은 아예 고소득층을 배제했다.

그러나 수당지급 만으로 출산율이 높아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단계별 아동수당과 함께 다양한 육아지원책을 결합하는 경우에는 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1932년 아동수당을 도입했지만 1990년대까지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1999년 ‘시민 연대협약’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통해 동거하는 커플도 결혼한 부부처럼 법적으로 가족형태로 인정하면서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동거 커플도 세금·의료보험을 결혼한 부부와 동일하게 혜택을 제공하고 배우자의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계약관계 해지 시에는 법적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유럽 최고 수준의 출산율(2.01명)을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사내 보육원 개설, 원격 근무 도입 등 직원들의 삶을 지원하고, 대중교통비 할인, 조세 감면 등 아이가 성인(20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공기관·민간기업 10곳 중 6곳에서 남성이 육아휴직 이후 다니던 직장을 잃었다. 남성에게 육아휴직은 퇴사를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 현금 지원보다 육아휴직 확대·칼퇴근 문화가 더 절실하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 프락시아는 지난해 출산·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 ‘레몬테라스', ‘82쿡’ 3개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62만 1167건을 분석했다.

게시글 중 댓글이나 추천을 6건 이상 받은 4만 2556건의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니 남편에 대한 글이 1만 9985건(47%)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남편들은 야근이 잦고 회식이나 출장 등 육아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아동수당이나 임신 축하금 같은 현금성 지원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남편의 육아휴직 확대와 칼퇴근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가 높였다.

9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수당을 주는 건 고맙지만 엄마들에게 더 필요한 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며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아이를 두고 내년 초에 회사에 복직할 생각을 하니 벌써 눈앞이 캄캄하다”고 밝혔다. 이어 “육아휴직 기간 1년은 너무 짧다. 기본 2년은 보장됐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18개월로 늘었으면 좋겠다”며 “엄마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이 게시글은 2,4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관련 댓글들도 “엄마 아빠가 1년씩 2년 육아휴직을 썼으면 좋겠다”, “고용주가 육아휴직을 주도록 법으로 의무화시켰으면 한다”, “직장 내 보육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육아 인프라 구축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전문가들 역시 현금 지급보다 일과 가정이 병행될 수 있도록 아이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 공공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여가부에서 아이 돌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라며 “매년 3조 가까이 투입되는 아동수당을 아동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에 투자하면 연봉 3천만 원짜리 일자리를 10만 개 만들 수 있어 정부의 취지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