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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금리 인상 … 가계빚 연착륙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30 17:09

수정 2017.11.30 22:11

장기 초저금리 시대 막 내려.. 시장 봐가며 속도조절 필요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6년5개월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후 지속된 1.25%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 인상기로 접어 들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긴축은 정부와 가계, 기업의 고통을 수반한다. 한은은 지난 6년여 동안 모두 8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3.2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1.25%까지 끌어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고온 장기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수출이 살아나며 3.4분기 성장률이 1.4%까지 높아졌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3%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저금리가 경기회복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작용을 몰고온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계빚 폭증이다. 가계빚은 3.4분기말 현재 1419조원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다. 절대규모도 문제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더 큰 위협이다. 지난해의 경우 증가율이 11.6%로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었다. 올 들어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가계빚 폭증은 초저금리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맞물려 빚어낸 현상이다.

경기회복, 가계빚 폭증, 미국의 금리정책 동향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할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 연준의 다음달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양날의 칼이다. 가계빚 억제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키워 연쇄 부실화로 인한 금융불안의 소지도 안고 있다. 한은은 시중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원금이 워낙 크다 보니 이자율이 조금 올라도 가계는 이자폭탄을 맞는 셈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여력이 고갈돼 내수위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금융불안 위험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이주열 총재는 "국제 경기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히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긴축 시대가 시작됐지만 금리인상의 속도는 최대한 늦춰야 한다.
한은은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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