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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이 전시] 최영걸 개인전 '성실한 순례'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1.30 20:37

수정 2017.11.30 20:37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먹으로 그린 유럽풍경
최영걸, 에페스의 원주민 The Native Ephesos, 68×97cm, 2017
최영걸, 에페스의 원주민 The Native Ephesos, 68×97cm, 2017

"저는 작가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주요 미술관을 다니고 있는데 아무래도 유럽에 많이 있더라고요. 한국화를 그리지만 유럽을 많이 다니다보니 그곳 풍광을 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담백하고 세밀한 그의 그림은 가까이 볼수록 더욱 빨려드는 느낌이 든다. 세필에 먹을 담아 그린 그림은 멀리서 보면 마치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먹으로 그리지만 번짐보다는 갈필에 가깝고 여백보다는 화면에 먹을 촘촘히 채운 그의 그림은 한국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서울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현재 진행중인 개인전 '성실한 순례(Faithful Pilgrimage)'에선 이같은 그의 새로운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간 동양적 정서에 맞는 아시아권 풍경만을 채집하던 작가가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서구의 풍광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그리는 시도를 했다. 외국 풍경을 먹으로 그리면 어색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뛰어난 결과물을 내놨다.
또 그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다양한 재료에 도전했다. 한지를 벗어나 서양의 캔버스나 종이 위에 전통재료를 더했다. 최영걸 작가는 "홍콩의 컬렉터가 내 작품을 사가신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에 그곳에 가서 작품을 보니 한지로 작업한 작품의 경우 습한 지역이라 그런지 곰팡이가 생긴 경우도 있더라"며 "그 이후로 작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재료들을 시도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작가가 최근 수년간 홀로 작업하면서 보낸 긴 인고의 시간의 흔적은 이번에 내놓은 작품 속에 녹아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화폭의 한켠에는 위트도 숨어있다.
고대 유적지의 귀퉁이에 잠든 고양이와 강아지, 비둘기의 모습들을 채색으로 담아냈다. 전시는 7일까지.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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