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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섀도보팅 폐지, 밀어붙일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1 17:18

수정 2017.12.01 17:18

3년 유예기간 줬다지만 주총 불참 관행 안바뀌어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장사들이 아우성이다. 최소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주총회가 무산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1991년 도입된 섀도보팅제에 따라 주총에 불참한 주주는 참석한 주주의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섀도보팅제가 대주주의 독단 경영에 악용된다는 비판에 2014년 말 폐지가 결정됐지만 올해까지 3년 유예됐다.

재계는 섀도보팅 폐지를 더 미뤄달라고 호소한다. 당장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이 문제다.
감사를 뽑지 못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고 최악의 경우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다. 내년에 감사를 뽑아야 하는 회사는 435곳으로 전체의 23%를 넘는다. 지난 두 달간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개최가 작년보다 3배 늘어난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섀도보팅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연구용역에서도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섀도보팅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요지부동이다. 국회에도 섀도보팅제 폐지 유예를 연장하는 법안과 주총 개최요건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동안 재계도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등을 도입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대부분 소액주주가 주총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실적, 배당 등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면 그만이다. 상장사들이 한날한시에 주총을 여는 것도 주총 참여율이 낮은 이유다. 그제 상장사협의회 등이 연 섀도보팅 폐지 관련 세미나에서 김규태 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코스닥.코스피 소액주주가 주식을 들고 있는 기간은 평균 3.1, 7.3개월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총장에 소액주주를 25%나 불러오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주총 의결기준은 완화되는 추세다. 영국은 2명 이상만 출석하면 주총이 성립하며 단순 다수결로 결정한다. 프랑스는 5분의 1까지 완화할 수 있다. 중국조차 출석 주식수의 과반 찬성만으로 의결한다. 우리나라만 거꾸로 간다.
물론 몇몇 대주주가 마음대로 상장사를 주무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데도 의결권 정족수를 강화하는 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섀도보팅 폐지 방침을 바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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