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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내 꿈을 응원해 줄 사람이라면 결혼하겠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3 14:17

수정 2017.12.03 14:17

유소연
유소연
"독보적 세계 1위가 되고 싶다."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의 목표다. 2012년에 LPGA투어에 진출한 유소연은 지난 6월 마지막주에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2010년 신지애(29), 2013년 박인비(29·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였다. 지난 11월 첫 째주 발표에서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한국인 네 번째 1인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4개월여간 여자골프 '지존'으로 군림했다.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 오면 아쉬움이 남는 건 누구나 당연하다.
유소연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유소연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 시즌 출발 때 계획은 빨리 우승을 하는 것이었는데 두 차례 우승에다 세계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됐다"며 "그런 점에서 만족스런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2017년을 뒤돌아 보았다. 유소연은 2014년에 LPGA투어 통산 3승을 거둔 이후 2년이 넘도록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다 지난 4월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데 이어 6월 NW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하지만 금세 아쉬움이 뒤따라 나왔다. 유소연은 "세계랭킹 1위에 있을 때 우승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세계 1위는 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우승을 더 많이 하고 설령 우승은 아니더라도 우승에 근접하는 성적을 많이 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음 목표는 세계랭킹 1위 재탈환이다. 단순한 1위가 아니다. 이왕이면 독보적 1위가 되고 싶다. 물론 그것이 실현되면 또 욕심이 생기겠지만 한번쯤은 꼭 그렇게 되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소연은 실제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다. 11개 대회에 출전, 우승 없이 세 차례의 '톱10'이 전부였다. 원인 모를 부진이었다. 게다가 시즌 막바지에 들어서는 어깨 부상까지 겹쳐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유소연은 "줄넘기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는데 피로도가 큰 상태에서 잘못된 자세로 힘을 과도하게 줘서인지 근육이 좀 놀랬던 것 같다. 좀 휴식을 취했어야 했는데 일정을 강행한 것이 병을 키운 꼴이 됐다"며 "그런 몸으로 지난 11월초 토토재팬 때 연습을 많이 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다행히 최근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때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부상 부위가 많이 호전됐음을 밝혔다.

유소연은 자타가 공인하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그는 지난 5월말까지 64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다 6월 숍라이트 클래식 컷 탈락으로 기록 행진이 멈춰섰다. 그는 그 비결을 묻자 한 마디로 골프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유소연은 "잘되도 안되도 마음은 늘 똑 같다. 잘 안되면 괴롭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 때는 그 과정을 또 즐긴다"며 "선수 생활 초기 선생님을 잘 만났다.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조수현 선생님으로부터 골프를 배웠는데 늘 '골프는 재미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물론 부모님도 그렇게 푸쉬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밸런스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소연은 "너무 골프에만 매진했으면 지쳤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학교 공부, 학원도 열심히 다녔다. 그래서 골프 연습 시간은 하루에 1~2시간 밖에 안됐다. 그럼에도 승부욕이 강해 집중해서 연습하다보니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골프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꾸준함의 비결을 보충 설명했다.

주니어 시절 충실했던 학교 공부는 오늘날 그를 네이티브에 버금가는 영어 실력의 소유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소연이 자신감있게 투어 생활을 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그는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대학교 3학년 1학기 때 매니지먼트사에 유능한 영어 선생님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만났던 선생님들과 기본부터 다시 배웠다. 외국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다가 US여자오픈서 덜컥 우승하면서 좀 생각보다 더 준비를 하게 됐다"고 영어가 능통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유는 또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약 1년간 미8군에 가서 미군들과 1시간씩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소화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일찌감치 사라졌다. 당연히 아주 쉽게 미국 생활에 정착했다. 미국에서는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본 것이 영어 공부에 큰 도움 됐다. 그는 "똑 같은 드라마를 자막 있는 상태서 2~3차례 보다가 자막없이 같은 회수를 반복해서 시청했다. 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캐디와 가급적 많은 대화를 한 것도 도움이 됐다"면서 "아무튼 영어는 투어를 더 재밌게 하는데 활력소가 된다"고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부족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유소연이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다름 아닌 퍼팅이다. 그는 작년 1월에 영입한 스윙코치 카메론 맥콜믹과 호흡을 맞추면서 스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코스에서 미스샷이 나오더라도 빨리 다잡을 수 있는 능력이 좋아졌다. 볼 컨트롤 능력도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올 시즌 샷 때문에 부진한 겅우는 거의 없었다. 유소연은 "퍼팅 때문에 성적이 갈렸다. 가장 보완해야할 점은 퍼팅이다"면서 "내가 내 스윙을 아는 것처럼 퍼팅도 나만의 것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인비 바라기'인 그에게 '유소연에 있어 박인비는?'이라는 질문을 갑자기 던졌다. 그러자 그로부터 "친구이자 스승 같은 존재"라는 답이 주저없이 돌아왔다. 유소연은 "선수라면 솔직이 다른 선수가 우승하는 게 더러 배 아플 때가 있다. 그런데 인비 언니가 우승했을 때는 그런 감정이 전혀 없다. 오히려 경외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가 언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소연은 "인비 언니도 빨리 연애하라고 한다. 더블 데이트고 하고 애 낳으면 같이 키웠으면 한다고 말한다"며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남자가 아직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소연은 그러면서 "나는 골프가 너무 좋다. 그래서 내 꿈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즉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내조를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면서 "그런 점에서 인비 언니 부부는 퍼펙트한 관계이자 로망이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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