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실효성 없는 R&D 컨트롤타워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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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술개발(R&D)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과 화려한 청사진이 제시되지만 정권 말에는 가시적 성과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문재인정부가 성공적인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오는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5세대(5G) 이동통신의 2019년 3월 조기 상용화를 비롯해 간병.간호 지원로봇 도입, 국방 분야에서도 2025년까지 지능형 국방 경계 무인화율을 25%로 높이는 등의 미래비전을 최근 내놓았다.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까지 최대 128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신규 일자리 36만6000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비록 4차산업혁명위가 발표한 대부분의 내용이 그동안 정부 부처별로 진행되던 추진과제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 위원장의 말처럼 "각 부처의 정책을 한데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1.0' 계획을 '2.0' '3.0'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가 과거 정권들의 빈 공약(空約)처럼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R&D가 핵심이다.

4차산업혁명위도 인공지능(AI) 등 지능화기술 R&D에 2022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창의적이고 도전적 연구를 촉발할 수 있도록 R&D 체계를 연구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막대한 예산만 집행하고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왜 이런 과오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R&D업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R&D 성공률은 90% 이상"이라며 "해외 연구개발자들이 들으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처음 들으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어려운 기술개발은 회피하고 상업적 가치가 높지 않은, 상대적으로 쉬운 기술개발에 치중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나 기관이 성공률이 낮은 R&D에 지원을 꺼리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정부조직 개편으로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진전이 없다. 핵심은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던 R&D 예산권을 과기정통부로 이관하자는 것인데 키를 쥐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논의를 자꾸 미루고 있다. 기재부와 기재위가 예산권 약화를 우려하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성공률이 낮더라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정부와 우리 경제의 미래가 4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부처 이기주의로 다툴 때가 아니다. R&D예산은 실무부처가 맡아서 집행하고 그 뒤에 과오가 있다면 보완해도 될 일이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