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집안싸움에 멀어지는 보수 재건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3 17:03

수정 2017.12.03 17:03

[차장칼럼] 집안싸움에 멀어지는 보수 재건

원내 2당이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심상치 않다. 예산정국과 민생법안을 놓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한 정국주도권 잡기 싸움을 벌여야 하는 와중에 '집안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른다.

현재 보수는 최대 위기다. 촛불혁명을 통해 권력을 넘겨받은 진보정권은 집권1년차부터 적폐청산을 고리로 국가시스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구태.불합리.부조리의 DNA를 걷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당 등 보수 쪽에선 '정치보복'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현 정부 적폐청산의 '심오한'(?) 정치공학적 해석은 뒤로하더라도 언제까지나 '남탓'만 할 건가. 보수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자기 반성은커녕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오는 12일 치러질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한국당의 '보수위기 불감증'은 도를 넘었다. 환골탈태 수준의 고강도 쇄신과 개혁으로 기존 구태 DNA로 뭉쳐진 뼈와 살을 스스로 해체해 보수 재건과 이반된 민심의 시계를 되돌리겠다는 다짐은 벌써 '유효기간'이 끝난 듯싶다. 당 대표와 찰떡 공조를 통해 일사불란한 단결력을 발휘해 원내 리더십을 확고히 구축해야 하는 원내대표 후보가 대표와 척을 지겠다며 출사표를 던지질 않나, 국정농단 책임 반경에서 자유롭지 않은 친박계가 독자생존을 고리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한마디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보수의 덕목 중 하나는 품격이다. 같은 식구끼리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저급한 단어를 동원해가며 집안싸움하는 꼴이 갈수록 가관이다. 한국당의 정책.정치적 상대는 밖으로는 정부.여당을 비롯해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이고, 내부적으로는 건전한 보수재건을 가로막는 계파 간 치열한 권력다툼이다.

어느 정도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하겠지만 지금 이 엄혹한 시기에 집안싸움이 웬말인가.

떠나간 보수민심을 되돌리겠다며 철저한 자기 반성과 체질개선 등을 호기롭게 외쳤건만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내부의 권력다툼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꺾어놓는다.

당장 친홍, 반홍, 친박, 비박, 중도로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위기의 난파선의 키를 잡겠다며 벌이는 아귀다툼은 거의 난투극 수준이다.
이래선 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새롭게 각을 잡고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손을 내밀 보수 민심을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과거부터 쌓여온 구태와의 결별을 위한 과감한 '양심선언', 제2의 도약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보수층에 절대 감동을 줄 수 없다.
이제라도 어떻게 보수의 본류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모든 계파가 욕심을 내려놓고 냉정해질 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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