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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익의 재팬톡!]'법인세 전쟁'에 뛰어든 日...美佛과 투자유치 경쟁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3:05

수정 2019.08.22 13:34

- 일본,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③
- 美佛日 법인세 인하하며 기업 유치 전쟁
- 日 기업 유치, 인금 인상, 저출산 문제 해결 위해 법인세 인하
- 韓 법인세 인상 유력,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도쿄=전선익 특파원】"미국, 프랑스 등 국제 경쟁에서 충분히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감소시키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혁안에 담긴 글입니다. 언듯 보기엔 비장함마저 느껴집니다.

일본 정부는 국제적인 기업들을 일본에 유치하고 일본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도록 세제 개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법인세 인상을 목표로 하는 한국 정부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닛케이신문은 4일 “정부가 일본의 입지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이 모아놓은 돈의 활용을 촉구하기 위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25%정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일본의 법인세는 그대로 놔둬도 내년에 29.74%로 감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국, 유럽 등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이 연방 법인 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심의 중이고 프랑스 마크롱 정권은 33.3%의 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베 내각은 2020년까지 2단계로 나누어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제1단계에서는 적극적인 임금 인상을 실시한 기업의 법인세를 20% 중반까지 낮출 계획입니다. 현재 일본의 임금인상 촉진 세제 혜택은 급여 총액을 기준으로 2012년도에 비해 일정 비율을 늘린 기업들이 받고 있습니다. 전년대비 2% 임금이 인상되면 법인 세액에서 일정액을 공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검토되는 세법 개정안에는 임금 인상 기준이 3%까지 오르게 됩니다. 혜택이 늘어나는 대신 요구사항이 엄격해 지는 것입니다.

제2단계에서는 ‘IoT’ 등 혁신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의 법인세를 20%까지 낮춰줄 방침입니다. 기업이 쌓아놓은 돈을 미래를 향한 투자로 이끌기 위해 선택한 방안입니다.

일본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후생노동성은 내년부터 산재보험료율을 인하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업의 부담액은 현재보다 연간 약 1300억엔가량 줄어들 전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산재보험료 인하보다 그 배경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과 육아의 양립을 지원하는 관점에서 정부의 ‘육아 정책’에 3000억엔(한화 약 2조8903억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이 지난 11월 30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인생 100년 시대 구상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입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자신이 내건 ‘사람 만들기 혁명’의 일환인 ‘유아교육 무상화’를 위해 일본 경제계에 3000억엔 출자를 요청했었습니다. 일본 경제계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000억엔씩 지원금을 내기로 정부와 합의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반협박성 구애를 일본 경제계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경제계 지원금은 인가 보육원이나 기업 주도형 탁아소 등 보육원 정비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기업들이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과 같은 돈을 투자로 돌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풀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런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여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법인세 조정안은 지난 8월 정부가 확정한 세법개정안과 같은 것으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최고 법인세율(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지난 8월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에 최고세율 25%를 매길 경우 2016년 신고 기준으로 129개사가 연 2조5599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고 합니다.

기업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움직이는 살아있는 생물체와도 같습니다. ‘법인세율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국이라는 환경에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남아 있기를 원할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조건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은 당연히 옳지도 않고 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일본처럼 기업의 투자를 이끌고 저임금·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인세를 인하해 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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