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KAI, 다시 날아야 한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6:58

수정 2017.12.04 16:58

[차장칼럼] KAI, 다시 날아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산 헬기 '수리온'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품고서 하늘을 날았다.

방산 적폐 수사 도마에 올랐던 '수리온'은 지난 11월 21일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싣고서 전남 신안군 1004개 섬을 하늘에서 돈 뒤 목포로 이동했다. 또 같은 달 17일 항공도시 경남 사천에 도착한 성화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환상적인 에어쇼 속에서 이동했다.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항공기는 KAI에서 만든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T-50)를 특수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량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AI의 항공기들이 인류 최대 행사인 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하자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이번 성화봉송 한달 전에는 청와대까지 검찰수사 중인 KAI에 대한 온기를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중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서울 ADEX 2017)'에서 KAI가 제작한 국산 헬기 '수리온'과 T-50 고등훈련기를 직접 타보고 격려했다. 방산 적폐 청산과 별도로 항공분야 국방사업의 강화는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다.

KAI는 내년 상반기 중 사업자가 선정되는 18조원(16억달러)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입찰에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함께 참여한 상태다.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규모 사업이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수주 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하다고 일각에서 쓴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이 비리 회사로 지칭하는 곳에 미국 정부가 훈련기 제작 사업을 맡기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종 입찰과정에서 이 같은 상대편의 네거티브 캠페인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APT 수주는 현재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과 레이시온의 불참 선언으로 KAI-미국 록히드마틴연합 대(對) 스웨덴 사브-미국 보잉연합 간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만약 경쟁 입찰업체가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친다면 오히려 역으로 포지티브 캠페인도 필요하다.

KAI는 전직 임원들의 개인비리가 회사의 조직적 비리로 확대재생산돼 어려움을 겪었다. 그뒤로 부임한 감사원장 출신 사장이 무기산업 비전문가라고 스스로 위축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감사원 출신 사장을 처음 영입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수주계약 및 납품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발주처에 심어줘야 한다.

KAI에 대한 방산 수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엎어진 물 때문에 다 차려진 잔칫상 밥까지 굶을 수는 없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수주전에 나서야 한다.
전열을 재정비한 KAI의 부활을 위한 역전 드라마를 기대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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