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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투기 잡으려다 경기 꺾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6:58

수정 2017.12.04 16:58

잇단 규제로 시장 ‘꽁꽁’.. 적절한 속도조절 필요
부동산시장 한파가 현실로 나타났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산업별 서비스업생산지수 중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전월보다 15.2%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부동산 중개 및 감정평가업은 각각 17.2% 줄어 2012년 9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문재인정부가 올 들어 두 차례 내놓은 부동산대책의 영향이 크다. 6.19 대책과 8.2 대책으로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거래절벽이라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6만3210건)은 1년 전(10만9000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상승곡선을 그렸던 주택 거래량도 지난 7월 이후 꺾였다. 투기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관망세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주택을 많이 보유해봐야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이다. 대출 가능 한도가 줄면서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하는데도 부담이 커졌다. 특히 지방보다 수도권 거주자들의 부담이 크다. 10월 서울 거래량은 856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가 급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11월 신용대출 잔액은 97조4068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803억원 늘어났다. 강도 높은 규제만으로는 부작용도 커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은 조이고 풀기를 반복했다.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늘리고, 재건축단지에는 개발이익환수제를 시행했다. 거래와 공급을 둘 다 막는 패착을 범했다. 노무현정부의 극약처방은 다음 정권이 풀어줄 빌미를 제공했다. 이명박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고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며 부동산 과열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근혜정부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대출규제를 과도하게 풀었고, 시장은 최 부총리의 정책에 대해 "빚 내서 집 사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정책 방향이 5년 주기로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엔 대출규제뿐 아니라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금리인상 등 시장을 냉각시킬 요인이 더 많이 깔려 있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열을 진정시키면서 온기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너무 풀면 과열되지만 찬물만 뿌리면 공급이 줄어 내수 경기까지 침체시킬수 있다. 내수 경기를 부양하려면 부동산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8%였지만 건설부문을 빼면 1.7%다. 건설업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율이 40%에 이른다는 얘기다.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속도조절을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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