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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낚싯배 참사, 세월호 교훈 벌써 잊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6:58

수정 2017.12.04 16:58

안전불감증에다 관제 구멍.. 재난방지체계 뜯어고쳐야
또 해난 사고로 13명의 귀한 인명이 희생되고 두 명은 실종됐다. 3일 인천 영흥도 바다에서 22명이 탄 낚싯배 '선창1호'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면서다. 불가항력의 천재가 아니라 인재 징후가 드러난 게 문제다. 정원 5명 어선을 무리하게 개조해 화를 키웠다면 말이다. 급유선 명진15호는 출항 즉시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 신고해야 할 규정을 어겼다는 말도 들린다. 300명 넘는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겪었지만 안전불감증도, 당국의 관제시스템 허점도 그대로라는 얘기다.


이번 사고는 두 배가 연안의 좁은 수로를 급히 통과하려다 일어났다. 세월호 침몰 지점에 견줘 해경의 출동거리는 10분의 1에 불과했다. 조류가 거친 진도 해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수중구조대는 사고 72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해 구조의 골든타임(30~40분)을 또 놓쳤다. 50여분 만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만 세월호 때보다 빨랐을 뿐 현장 대응 시간은 엇비슷했다. 절반이 넘는 승선자가 사망해 세월호 때보다 희생자 비율은 더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이날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을 듯싶다.

이쯤 되면 세월호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관제시스템과 재난구조 매뉴얼의 허술함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특히 명진15호가 출항 4분 뒤에 신고했다면 VTS에 구멍이 뚫린 심각한 사태다. 급유선이 해로를 벗어나 낚싯배와 충돌한 요인일 수도 있어서다. 그럼에도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VTS 관련 예산을 삭감해 복지 예산으로 전용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의 뼈저린 교훈을 벌써 잊은 건가. 평소에는 이해집단을 겨냥한 생색내기에 바쁘다 큰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책임 공방을 벌이는 여야의 행태도 문제다.
낚시인구가 늘어나면서 어민 소득 증대를 이유로 소형 어선을 낚싯배로 이용하도록 관련법을 마구잡이로 고친 게 단적인 사례다. 청와대든, 여야든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이벤트에 골몰하는 인상을 줘서도 곤란하다.
여야는 제2 세월호, 선창1호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방지시스템부터 전면 보수하는 데 합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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