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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일등병 아들의 첫 휴가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4 17:16

수정 2017.12.04 23:03

[윤중로] 일등병 아들의 첫 휴가

출근을 하다보면 국회 뒷길을 지나치게 된다. 겨울 새벽, 특히 그 길은 강바람도 불어서 추위가 매섭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국회 외곽을 지키는 의경들을 보게 된다. 또래인 아들이 올해 군 입대해 해안근무를 하고 있어 나에게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아들 생각도 나고 해서 안쓰럽다.

지난주 금요일 퇴근해보니 거실에 아들 녀석의 이부자리가 건조대에 걸쳐 있었다.
베갯보도 마찬가지. 짐작해보니 다음 날 군 입대 후 첫 정기휴가를 나오는 아들 녀석을 위해 제 엄마가 모두 빨아놓은 것 같았다. 짐작한 대로다.

집사람은 아들 녀석이 군 입대 후 아들 방에서 쭉 기거(?)를 해왔다. 한창 갱년기가 진행 중인 데다 코고는 남편을 피해 그곳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 21개월 임시이지만 자기 방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그런 엄마는 아들을 위해 이부자리를 빨고 새 방처럼 청소도 하고 오랜만에 슈퍼도 다녀오고 첫 휴가를 환영하는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마치 군대에서 높은 분이 온다고 하면 며칠을 청소하듯이. 휴가를 나온 아들 녀석은 예상대로 첫날 자기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을 보느라 꼼짝도 안했다.

제 엄마가 종일 세탁기 돌려 깨끗이 해놓은 이부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배를 깔고 엎드려서. 제 엄마는 금요일 거실 소파에서 잤는데.

문득 35년 전 내가 군에 입대할 당시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그 모습이 생생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그때나, 군대 좋아졌다고 하는 지금이나 이땅의 엄마들은 아들 군대 보내놓고 가슴앓이를 한다. 요즘은 군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대한 자식들의 소식과 모습을 수시로 알려준다. 또 전화도 수시로 와서 어떤 때는 할말이 없을 정도다.
바람직한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 입장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김정은이가 미사일은 뻥뻥 쏘면서도 쳐내려오지 못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쟁이 나면 아들 대신에 총 들고 나가 싸울 엄마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군에 간 아들들도 이런 엄마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있으려나.

과거에는 사고뭉치들도 군에 갔다오면 사람이 되어서 나왔다는데, 휴가 나온 사흘을 지켜본 아들 녀석은 아직 잘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효자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모든 아들들이 몸 건강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차석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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