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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비트코인 규제, 美 CME 모델서 배워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7:04

수정 2017.12.05 17:04

규제 쇠망치 휘두르기 전에 민간 자율로 자정 유도하길
CME: 시카고상품거래소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 광풍이 거세다. 1비트코인당 가격이 1400만원을 넘나든다. 순식간에 수백만원씩 널뛰기는 예사다. 급기야 이낙연 총리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대로 두면 심각한 왜곡현상이나 병리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뉴욕타임스지는 4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가상화폐 열기가 한국보다 더 뜨거운 곳은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마치 가상통화의 글로벌 실험장이라도 된 듯하다.

광풍은 잠재워야 한다. 최근 가상통화 시장에선 하루 수조원이 오간다. 관련된 사기.다단계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24시간 도박장이니 공포의 롤러코스터니 하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정부도 규제의 칼을 꺼내들 태세다. 4일 법무부는 가상통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이제껏 관계기관 TF는 금융위원회가 이끌었다. 이를 법무부 주도로 바꿨다. 위법이 판치는 가상통화의 고삐를 죄려는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우리는 정부 규제가 자칫 가상통화 시장 자체를 질식시키지 않길 바란다. 장차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로 통용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약 400년 전 네덜란드에 튤립 투기 바람이 불었다. 비판론자들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통화를 21세기판 튤립으로 본다. 반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오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하기로 했다. 내년엔 뉴욕 나스닥도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CME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생상품 거래소다. 우리는 CME가 왜 비트코인을 새로운 거래품목으로 추가하는지 그 배경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수백년 전 현대판 지폐가 처음 나왔을 때도 내재가치가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 시점에서 디지털 화폐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4일 국회에선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는 가상통화 토론회가 열렸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토론회에서 최운열 의원(민주당)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제도 정비를 규제 마인드인 법무부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들이 귀담아들을 내용이다.

미국은 가상통화의 미래를 CME와 같은 민간 거래소가 이끌어간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한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중이다.
한국거래소(KRX)에도 주가지수, 금리, 통화, 금, 돈육 등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시장이 있다. 쇠망치를 휘두르기 전에 민간 자율을 존중하는 미국식 모델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사기.다단계 같은 위법행위는 법무부가, 제도권 정착은 금융위가 맡아서 이원적으로 대처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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