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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최저임금과 무임승차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7:04

수정 2017.12.05 17:04

[차장칼럼] 최저임금과 무임승차

20여년 전 군 복무 시절 아끼던 후임병이 있었다. 후임병은 그 당시 모두의 미움을 샀던 '상근예비역'(일년만 현역 복무하고 제대해 방산업체 등에서 근무하는 병역 특례제도)이었다. 하기야 까마득한 후임이 먼저 집에 가는 꼴을 좋아할 선임이 있을까 싶다. 키 작고 유약했던 후임병은 고참들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다. 당시 상병이던 나는 소위 '군기번'이라 후임들을 엄하게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상근예비역 후임에게는 이상하리만큼 독한 소리를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 후임병도 유독 나를 잘 따랐다. 고향이 어머니랑 같은 목포라는 점도 정이 갔던 것 같다. 한번은 상근예비역 후임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지만 다른 후임들이 마음에 걸렸다. 궁리 끝에 상근예비역을 포함한 후임 다섯 명을 PX(부대 내 매점)로 데리고 가서 한달 월급을 다 털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 경영계와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싸고 대치 중이다. 발단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나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부터다. 경영계는 노사정 합의 끝에 도출한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기본급과 고정 수당만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기본급 140만원의 근로자가 상여금과 각종 수당까지 포함해 4000만원의 연봉을 받더라도 수혜 대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 157만3700원이다. 이대로라면 사례로 든 근로자도 월 17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7월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최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최저임금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새 정부 출범 초반 일자리정책을 비판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타를 받았던 김 부회장이지만 최저임금 기준 문제에는 침묵을 지키기 어려웠던 것 같다. 군 복무 시절 이야기나 최저임금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필요한 낭비다. 이것은 낙수효과도 아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막대한 혈세가 최저임금과 무관한 노동계층까지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정부는 내년에 혈세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 복지수당을 포함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은 공익적 측면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노동계는 산입범위를 넓히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반박한다.
대체 연봉 4000만원 근로자까지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불합리를 뜯어고치자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포드 창업자인 헨리 포드가 도입한 '효율임금이론'과도 거리가 멀다.
효율임금이론은 임금이 높을수록 근로자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제다. 과연 최저임금과 무관한 근로자들이 무임승차해 오른 월급을 받고 더 열심히 일을 할까.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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