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원인 봇물...특수구조대 초기 대응 미흡 지적도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7:47

수정 2017.12.05 17:47

【인천=한갑수 기자】인천 영흥도 근해에서 발생한 급유선과 낚시어선 추돌사고의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수구조대의 초기 대응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돌사고의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운항 부주의 설’과 ‘낚시 명당 추월 설’이다.

‘운항 부주의 설’은 급유선과 낚싯배가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전방주시 태만 등으로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다.

급유선이 낚싯배의 왼쪽 선미를 강하게 부딪쳤다는 낚싯배 생존자의 증언과 낚싯배의 파손 부위가 선미 밑 부분인 점으로 미뤄 급유선이 낚싯배를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급유선 선장 전모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추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일부 과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낚시 명당 추월 설’은 낚싯배가 고기가 잘 잡히는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급유선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추돌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간 낚시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많은 어선이 낚시 가능 시간에 맞춰 한 번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는 증언이 이에 대한 설득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박이 추월하는 경우 추월하려는 선박이나 뒤따르는 인접 선박이 서로 경보음을 울리며 추돌 회피 노력을 해야 하나 두 선박이 소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고 해역은 현지에서 ‘갯골’이라고 부르는 폭이 좁아지는 곳으로 일부 해상에만 물이 고여 선박이 서로 오가면서 추돌사고의 위험이 높다.

‘기상 악화로 인한 시야 확보 부족’도 사고 원인으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파고가 높은 등 기상 상황이 안 좋아 배 조종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레이더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고 직전 낚싯배가 방향을 틀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으나 비가 내려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고, 빨리 가겠다는 의욕이 앞서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비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추돌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인천 영흥도 낚시 어선 추돌사고 발생 직후 해경 구조세력의 현장도착 시각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복된 어선의 선내 진입이 가능한 특수구조대는 1시간이 넘어 도착했다. 사고 현장에서 1마일(1.85㎞)에 위치에 있는 영흥파출소에는 선내로 진입할 잠수부 구조 인력이 없었고, 특수구조대는 선박이 고장났거나 양식장 등을 피해 우회하느라 현장 도착이 늦어졌다.

전복된 배 속 '에어포켓'에서 1시간 30분 이상을 버티다 구조된 낚싯객도 3명이나 있던 점을 고려할 때 해경이 조금 더 현장에 일찍 도착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오전 6시 5분 사고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경비전화로 인천해경 상황실에 전파했고, 인천해경은 오전 6시 6분 영흥파출소와 P-12정에 현장 이동을 지시했다.

인천해경은 상황실 출동 지시를 받고 직원 3명이 6시 13분 보트 계류 장소에 갔지만, 주위에 민간선박 7척이 함께 계류돼 있어 이를 이동시키고 6시 26분 출항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선박을 풀어내는 데에만 13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게다가 파출소 구조보트는 야간 항해를 위한 레이더가 없어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육안으로 이동했다. 구조보트는 6시42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수중 수색 능력을 보유한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의 도착 시각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평택구조대는 3일 오전 7시 17분, 인천구조대는 7시 36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접수로부터 1시간 넘게 지난 후 현장에서 수중 수색구조가 이뤄졌다.


해경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세월호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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