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토익이 뭐길래]

"300만원에 토익 900점 보장" 광고 수두룩… "기업 채용방식 바꿔야"

(4)토익 만능시대… 대리시험의 유혹까지
대리시험 응시.의뢰자 모두 벌금.징역형 등 형사처벌
대리시험 모집.제안글도 사기 가능성 높아 주의해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토익 대리시험을 봐주겠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대리시험을 보는 행위는 처벌 대상 인데다 글 내용 자체가 사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익 개인 만점자입니다. 문의 주세요." "토익 대리시험 봐드립니다."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창에 '토익 대리'를 치면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고 승진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갖춰야 할 대표 스펙으로 꼽히는 토익 점수가 필요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토익을 대리로 치를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데다 대리시험 응모글 자체가 사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리시험 응시.의뢰자 모두 징역형

부산지법 형사8단독 송중호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돈을 받고 수차례 토익과 텝스를 대신 봐준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770만원을 추징했다.

영국에서 수년간 살아 영어를 잘하는 A씨는 도박 등으로 많은 빚을 지게 되자 다른 사람의 인터넷 블로그에 자신의 e메일 주소와 함께 "토익 또는 텝스 대리시험 봐드립니다"라는 댓글을 달아 대리시험 의뢰인을 모집했다.

대리시험 의뢰가 오면 의뢰인과 자신의 증명사진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 의뢰인에게 보내 새 신분증을 발급받게 한 뒤 돌려받아 시험을 대신 봐주고 돈을 받아 챙겼다. A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4명은 벌금 500만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한미군에서 카투사로 복무한 유명 외국계 제약회사 직원 김모씨(30)도 30여명의 토익 등 영어능력시험을 대신 치러 원하는 점수를 받아주고 돈을 챙긴 혐의로 올 2월 쇠고랑을 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학생 신모씨(25), 대기업에서 승진심사를 앞둔 이모씨(41) 등을 대신해 토익, 토플 등을 봐주고 회당 400만~500만원씩, 총 1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의뢰인의 점수가 갑자기 올라가면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여러 차례 대리시험으로 서서히 점수를 높여주거나 토익에서 토플 등으로 종목을 바꾸도록 했다. 물론 대리시험을 의뢰한 이들도 불구속 입건됐다.

본지가 토익 대리시험을 봐준다는 업체와 접촉하니 300만원을 지급하면 토익 900점을 보장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업체 관계자는 "대리알바(아르바이트)가 의뢰인과 외모가 비슷한지 비교해야 한다. 생김새가 비슷하면 신분증을 위조해 대리시험을 본다"면서 "진행할 생각이 있으면 수험표, 신분증 사진을 줘야 한다. 단속에 적발되는 일은 걱정 안 해도 되고 계약금 150(만원), 시험 끝나고 점수확인 후 150 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은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업체 관계자라는 사람이 계약금 150만원을 받은 뒤 잠적해버리면 돈만 날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고물품 거래에서 돈을 먼저 입급한 뒤 물건을 받지 못하는 상황과 같다.

■토익위 특별조사팀 운영…"채용방식 변화 필요"

한국토익위원회는 이처럼 토익대리시험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자 공정한 시험 관리와 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사이버 신고센터 및 부정행위 특별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토익 부정행위를 유도 또는 모의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발견할 경우 해당 작성자에게 경고메일을 발송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또 단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한 수험자들에 대해서는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사람은 4년간 토익에 응시할 수 없다.

토익위원회 관계자는 "응시자 본인의 실력이 아니라 대리응시 등을 포함한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려는 것은 결국 대다수 선의의 수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이런 행위를 최대한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올바른 시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토익 대리시험 수법이 날로 진화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토익 대리시험은 현장 적발보다 사후 제보에 의해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관이 의심을 갖게 되더라도 만약 대리시험이 아닐 경우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어 현장 적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토익 대리시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채용.승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계명대 사회학과 임운택 교수는 "토익 대리시험이 있을 정도로 취업준비생 등에게 토익 점수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태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야만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업들도 토익 점수를 영어 실력보다 성실도를 보는 측면에서 요구하는 면이 있는 만큼 이제는 토익 점수가 아닌 직무 관련성 등 다른 기준을 만들어 인재 채용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