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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익의 재팬톡!]‘구인난’ 日, ‘취업난’ 韓에 러브콜 보내는 사연

전선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8 13:00

수정 2017.12.08 13:00

-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를 마주하다.④
- 日 “이젠 대기업도 안심 못한다.”
- 日언론, 韓 인재 파견 정책 ‘K-Move’ 소개
- 日기업들, “같은 문화권, 열정 있는 한국 인력 최고!”
- 韓 KOTRA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日 기업 소개”
- 미리부터 일본 공부하는 韓 대학생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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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선익 특파원】“일본에 일할 사람이 없다.”
이미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 취업입니다. 한국보다야 덜하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취업문이 좁긴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명문 대학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외국계 금융회사에 취업한 나카타 사토루(가명, 26)씨는 “일본의 취업상황이 쉬워보여도 대기업은 다르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 격차가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 대기업 취업을 우선 목표로 삼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외국계 기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리크루트 웍스 연구소(Recruit Works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 대학 졸업생의 구인 배율(구인 총수/민간 기업 취업 희망자 수)은 1.74배였습니다. 졸업생 1명당 1개 이상의 직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직원 규모 5000명 이상)으로 한정하면 0.59배로 떨어집니다.

일본 전체적으로 채용 수요가 호조를 띄자 학생들의 대기업 지향이 강해져 일어나는 쏠림 현상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100대 기업 경기 조사 결과 앞으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응답한 회사 수가 절반을 육박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온라인판 캡쳐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100대 기업 경기 조사 결과 앞으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응답한 회사 수가 절반을 육박하고 있다 /사진=아사히신문 온라인판 캡쳐
그러나 대기업들의 인력수급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돼 대기업들도 구인난을 걱정하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1월 주요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절반 가량(46개사)은 앞으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 기업(45개사)을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저 기록입니다.

에이치 투 오 리테일링의 스즈키 아츠시 사장은 아시히신문을 통해 “인건비는 높아지는데 파트타임 직원은 안 모인다”며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미츠이 부동산의 사토 마사토시 상무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70세 정도까지 시니어 활용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현실을 털어놨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은 곧 닥칠 일손 부족 사태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꼽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외국인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대답한 기업은 66개사로 ‘확대해선 안된다’고 답한 기업(4개사)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이수훈 주일대사/사진=연합뉴스
이수훈 주일대사/사진=연합뉴스
이런 일본의 시선이 한국을 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심각한 취업난을 안고 있는 한국에서는 일본의 눈길이 반갑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이수훈 신임 주일대사는 지난 11월 도쿄특파원단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가장 오래 얘기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청년 실업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계신다”며 “‘한일공동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문제’ 등을 정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해 현 정권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 취업 준비생들의 얘기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한국의 ‘K-Move(무브)’정책을 소개하며 한국 대학생들이 일본으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부산 외국어대 학생들이 일본어뿐만 아니라 일본 문화, 비즈니스 회화 및 매너, 일본 노동법까지 익히고 있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서울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아사히신문 기자는 대구의 영진전문대를 방문해 일본 기업 면접을 위해 가상 면접을 실시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취재하는 열의도 보였습니다.

코트라가 지난 11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코리아 IT 엑스포'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한국 취준생들이 일본 기업과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fnDB
코트라가 지난 11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코리아 IT 엑스포'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한국 취준생들이 일본 기업과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fnDB
일본 기업들은 열의로 가득찬 한국 취준생(취업준비생)을 특히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왕래가 쉽고 문화적으로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KOTRA는 지난 11월 부산에서 해외 취업 면접을 실시했는데 일본에서만 약 70개사가 참가했습니다.

면접에 참여했던 후쿠오카시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후로이데(フロイデ)’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지난해 5명을 한국에서 채용했다”며 “미팅에서 ‘예스’와 ‘노’를 분명히 말하는 등 일본인에게서 찾을 수 없는 모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 봄에도 (한국인) 채용을 예정하고 있다”며 “장래에는 키운 인력을 살려 한국으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생활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도 있을 것이고 낯선 환경에서 불현듯 닥치는 외로움도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해외 취업생들을 응원합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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