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창 평화 구상 '복병'은 러시아...靑, 정부당국 '러시아 선수 출전 총력전'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오후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한-러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병은 북한이 아닌 러시아였다.

평화올림픽을 구상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당국이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금지 조치를 받은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흥행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자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구상'도 적지않게 힘이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현재 청와대는 러시아 측이 올림픽에 선수 개인자격의 출전은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놓자 체육·외교라인을 총 가동해러사도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을 최대한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선 "최악은 피했다"면서 안도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앞서 지난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국가 선수단에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금지 결정을 내렸다.

■올림픽 흥행 어쩌나
러시아의 출전은 북핵위협을 이유로 선수단 파견을 꺼리는 유럽국가들에 일종에 '안전 수증수표'격으로 여겨졌다. 지난 9월 문 대통령 뉴욕 유엔총회 방문 당시, 일부 유럽국가 정상들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거론하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되도 되겠느냐"고 언급할 정도로 북핵 위협지수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진 상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조기에 평창올림픽 정부 대표단 파견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별도로 사의를 표하고, IOC를 통해 미국의 대표단 파견을 알리겠다고 언급한 것도 한반도 안보상황을 바라보는 각국의 시선이 예사로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청와대는 일단, 흥행 참패를 막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IOC 집행위원회의 러시아 도핑 제재 관련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선수 차원의 러시아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대한민국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러시아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많은 러시아 선수를 만나길 기대한다"며 "러시아 선수를 비롯한 전 세계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러시아 측과 선수 파견을 위한 물밑접촉을 벌일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도 빈틈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IOC의 조사 결과가 맞겠지만 러시아가 빠지면 방송 중계권 문제 등 여러 면에서 악재"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모든 정성을 기울여보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평창구상은 어떻게
러시아 출전금지 결정은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으로까지 일부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 할 경우, 장외에서 북측대표단과 우리 측이 만나는 소위 남북고위급 대화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려왔으며, 나아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신조 일본 총리까지 일제히 방한한다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갈 장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종교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지금 긴장이 최고로 고조되고 있지만 계속 이렇게 갈 수는 없다. 결국 시기의 문제이고 풀릴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 평창올림픽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직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날아가 푸틴 대통령이 야심차게 키우고 있는 신생 국제행사인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것도 푸틴 대통령의 평창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IOC의 조치로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물건너간 상태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 선수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면 푸틴 대통령의 방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장관급 이상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노력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일부에선 중국이 차기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만큼 폐막식에 시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본 역시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아베신조 총리 참석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